어제 아침 일찍 고향친구 일태로부터 <친정 아버지 어제 저녁에 별세> 라는 짤막한 문자가 왔다.
일태 친정아버지라면 나하고는 열 두 촌인 하양오라버님이 아니신가?
올해 연세 여든 넷인데 아직까지도 농사를 지으실 정도로 정정하셨는데 열흘 전 어지럽다하시며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그만 돌아가셨다고 한다.
하양오라버님은 비록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지만 아는 것도 많으시고.사리 밝고. 정도 많고, 참으로 자상하신 성품이시다.
어쩌다 만나 뵙게 되면 환하게 웃으시며 진정으로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전날 단양 옥순봉 산행을 했던지라 피곤하기도 하고. 또 꽃냉장고를 새로 들이는 날이기도 하고, 저녁엔 펀리더 교육도
잡혀있어 갈 형편은 안 되지만 친구 일태를 봐서라기보다도 하양오라버님을 봐서라도 장례식장에 다녀 와야만 할 것 같았다.
하기사 일태도 우리 엄마 돌아가셨을 때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분당에서 대구까지 왔었다.
어제 오후 현순이와 함께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마중나온 옥희, 대윤이와 함께
오라버님 유해가 안치된 효경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다.
영정 앞에 섰는데 정말 애통한 마음이 들며 눈물이 절로 줄줄 흘러 내렸다.
내 친구 일태가 "아부지 ,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연수이가 왔는데 와 암 말도 안 하십니껴? " 하니 더욱 슬픔이 북받쳤다.
둘째 오빠도 와 계시고, 재종 순태오빠 내외도 와 계시고, 낯익은 고향사람들이 숱하게 보였다.
하양오라버님 역시 돌아가시고 나서 참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신다.
우리 동기인 수억이, 승덕이, 종택이, 태명이, 율흠이, 재원이도 문상을 와서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장례식장에서 나와 아양교 근처 정자에서 놀다가 10시 40 분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
성격이 예민해서 차에서 잠을 못 자는 현순이는 내가 눈꺼풀이 내려 앉아 못 견디겠다며 눈 좀 붙이자고 해도
자지말라고 조르는 통에 잠도 못 잤다.
수원역에 내리니 새벽 2시,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씻고 나니 4시 가까이 되었다.
두어 시간 자고. 6시에 일어나 남편 출근시키고나서 다시 눈 좀 붙인 뒤에 일어나 언니와 통화하고,
개업집 화분 보내고, 휴가 때 갈 울릉도 여행 예약하고 , 송금 할 거 처리하고 어쩌고 하니 오전이 다 가버렸다.
블로그에 뽀로로님 포스팅도 해 놓았고, 댓글도 수두룩하게 달렸건만 답글도 미루고서 탁자에 엎드려 가수면 상태에 빠졌다가
냉커피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려본다.
앞으로 이런 갑작스런 소식을 접하게 될 생각을 하니 아득한 심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