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나먼 연가(5):평론(4)-문화와 역사-

뜰에봄 2010. 9. 16. 17:45

 

3장, 4장, 5장은 일본의 과거 만행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비판하는

글입니다. 

그 중에서도 종군위안부에 관한 내용은

참 잘 쓴 글로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그렇게 강경한 논조로

비판하는 기분을 이해합니다.

우리 한국 여성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감정적 대응도

사안을 고려해 볼 때 결코 도가 지나치다 볼 수 없는 좋은 글입니다.


그러나 6,7,9장에서 나오는 일본의 문화에 대한 비판부분에서

또 전여옥씨의 일반화오류는 재연되고 있습니다.


6장, 7장, 9장은 일본 문화에 대해 비판한 글들인데

문화란 본래 비평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은 지성인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한국의 보신탕을 보고 유럽인이 우리에게 “개를 잡아 먹는

미개인이라던지 천하에 없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한국 문화의 고유성,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는 몰지각한

망발인가를 생각해야합니다.


전여옥씨도 일본에 대해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인이 카레라이스를 숟가락으로 먹지 않고 맨손으로 집어 먹고,

프랑스인이 달팽이를 먹고 중국인이 원숭이 골과

곰 발바닥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 나라의 정체성마저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전여옥씨가 일본 목욕탕 라커룸에서 일본 여자들이

알몸을 보이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오기로 알몸으로 돌아다녔더니 다른 일본 여자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고 기술하는 장면.


전여옥씨가 행한 그 행동은 과연 옳았을까요?

알몸보이는 것을 꺼려하는 일본 여자들의 목욕탕 문화.

그것이 나쁜 것일까요?

꼭 그렇게 문화적 차이를 튀는 행동으로 그들에게

시위했어야 했을까요?


무릎을 꿇는 여성들의 자세가 기모노라는 의상 특성 때문에

비롯된 점도 있는데 이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꿇어앉는 것이

무조건 일본 여자들의 굴욕적인 저자세 근성으로 밀어붙이며

비판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바른 이해일까요?


외국말을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일본어는 일본에서 푸대접을

받는다는 내용, 노랑머리 물들이는 일본 젊은이들이 한심하다는 내용 등

을 읽고는 정말 전여옥씨에게 실망하였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노랑머리 안합니까.

우리 젊은이들은 더 우습게도 남자가 귀에 귀걸이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일본 정체성을 부정하는 요소가 됩니까.

정말 어떤 글에서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여옥씨의 글에서 보이는 “일반화의 오류”와 더불어

일본을 비평하면서 보이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의 역사,

특히 한국과의 관계사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특수성을 이해 못하기 때문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점에 대해서 평가와 비판의 원칙을 세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일 관계사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하지 않았으므로

일본의 정치, 사회에서 한국과 관련한 어떤 사안에 부딪혔을 때

그것이 한일 관계사에 뿌리가 닿아있는 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일본이 왜 한국을 싫어하는지, 왜 일본이 우리를 음해하는지

그 원인을 해석하려면 한국과 일본은 태생적으로 역사적 쌍둥이관계에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그것을 모르고는 일본이 한국을 왜 싫어하는지, 왜 미워하는지를

알 수가 없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전여옥씨는 일본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음해하는 사실에 대해

그 사실을 주장하고 같이 맞대응으로 화를 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으로 쌍대적(duality)관계에 있었다는 사실과

무엇이 쌍대관계였던가를 알아야합니다.

우리의 역사도 사실은 승리한 정권(政權)의 역사이며

패배한 정권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수학이나 논리학에서 쌍대관계라는 것은 한쪽이 증명되면

다른 한쪽은 증명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의 숨겨진 역사만 밝혀내면 일본 역사는 저절로 들어나고

일본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면 우리의 숨겨진 역사도

그대로 같이 들어나는 관계에 있습니다.


전여옥씨는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이유 없는 적대성에 대해 옹졸한 일본인들 보다

더 옹졸하게 이 문제에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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