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내몽고 2 ㅡ 둘째 날

뜰에봄 2014. 7. 29. 17:45

 

  이틑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초원의 새벽을 깨우러 나갔다.

초원에 깔린 안개가 호수를 이루고 있고, 하늘에는 그때까지도 달님이 떠 있었다.

이것이 과연 이승의 풍경인가 싶을 지경이었다.

 

 

 

 

말이 나오지 못하게 친 울타리인가. 자연보호를 위한 울타리인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울타리앞에 쪼르레미 붙어 서서

안개 호수와 지는 달을 겨눈다.

 

 

 

사람도 풍경이 되는 곳...

 

 

 

 멀리 제단처럼 차려진 곳에 오색 깃발이 둘러쳐져 있는 걸 보니 비로소 사람이 사는 먼 이국에 와 있음이 실감났다.

* 우리의 성황당에 해당하는  제단으로  敖包(아오빠오)라고 한단다.

 

 

 

이곳에는 금련화가 많이 피어 있는 곳이다. (사진은 아이디카 님 꺼 슬쩍)

 

 

 

 나무로 된 팻말에 다가가니  낯익은 우리 글씨로 <화초 웃음 꺽지 말기>로 씌여 있었다.

화초 웃음이라니....어쩜 이런 말을 지어 낼 수 있을까?  꽃이며 잔디가 웃는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를 옮겨 다다른 곳엔 동화같은 집이 한 채 있었다.

안개가 걷히고  아침이 온전히 깨어나면서 하늘은 더 없이 파랗다.

 

 

 

그곳 역시 사람이 못 들어가게 철망을 쳐 놓았는데 그 꽃밭 속에 묘령의 여인이 출몰했다.

소총 같은 걸 겨누는 걸 보아  꽃밭을 지키는 花神 인감??

 

 

 

누르스름 한 게  다 꽃이다.  곤달비 비슷하게 생겼다.

 

 

 

 

장군포자 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넓은 풀밭으로 한 무리의 낙타떼가 기나갔다.

 

* 장군포자는  청나라 황제 강희제가 몽고군 거얼단과 마지막 전투를 벌여 승리한 곳이라고 한다.

거얼단은 강희제의  사위였는데 이 전쟁에서 사로잡아 참수했다고 한다. 권력이 뭔지...딸의 행복도 아랑곳 없이 비정하다.

 

 

 

용맹스런 기병의 동상도 있다.

 

 

 

그 옛날엔 하늘은 맑고, 푸르고, 벌판을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다.

 

 

 

 풀밭엔 꽃들이 보석처럼 꼭꼭 박혀있다.

행여 색다른 보석이 있을까, 눈을 풀밭에 내리깔고 내딛는다.

 

 

 

보아하니 어떤(?) 꽃 한 가지를 발견했는갑다.

 

 

 

 새벽에 호텔에서 사 준 빵과 달걀로 아침식사를 한다. 빵은 간도 안 맞추고 밀가루를 그냥 반죽해서 찐 것 같다.

재료 그 자체의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편인 내 입에도 정말 안 맞았다.  그리고 커피나 물 없이 안 넘어갈 정도로 팍팍하다.

저 날은 울산의 흐르는물 님이 꿀과 마늘을 졸여 만든 마늘쨈을 가지고 온 덕분에 잘 먹었다.

 다른 때는 깻잎을 얹어 먹거나 고추장을 발라 먹기도 했다.

이번 여행 때 컵 라면 몇 개 준비해 오면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식사 때 필요한 밑반찬이나 라면같은 건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외국여행을 가면 그 나라 음식도 그 나라 문화인고로 당연히 그 나라 음식에 적응코자 해 온 터이다.

그런데 이제 누가 내몽고 쪽으로 우리와 같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빵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컵라면과 고추장 같은 걸 챙겨 가라고 하고 싶다.

 

 

 

 

관광객릉 실어 나르는 마차의 테두리 천이 옛날 이불 껍데기 같아 정겨웠다.

 

 

 

에게, 저 쪼맨한 양도 마차를 끄는 모양이다. 물론 애기 손님을 받을테지.

 

 

 

옛날 전쟁에 쓰였던 도구며 연장인 듯하다.

 

 

 

 앞 서 가시던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를 찍으신다.

저 경비행기에 우리 일행이 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하면서...

 

 

 

몽고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도 눈에 띈다.

옷을 빌려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양.

 

 

 

아까 무리지어 가던 낙타들이 관광객을 태우는 낙타였던 모양이다.

 

 

 

 낙타도, 낙타를 모는 사람도 한가하기 짝이없다.

낙타는 등에 물을 저장한다기에 만져 보았는데 만지거나 말거나 가만히 있었다.

순해 터진 동물인 것 같다.

 

 

 

 

꼬치와 군고구마 같은 걸 팔고 있었다. 수북히 쌓인 꼬치 꼬챙이가 탑을 이루고 있네.

관광객을 상대로 하니 사람들이 영악해 졌는가. 원래 시세가 그런지 몰라도 아침에 군고구마를 사 먹으려 했는데

글쎄 한 개 20위엔 (우리돈으로 3500원 정도) 달라고 해서 사지 않았다.

천원 정도 했으면 여러 개 샀을 터인데...ㅎ

 

 

 

 장군포자에서 이동한 곳은 금련화 밭이다.

별로 대단하지 않은 곳인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아무 생각없이 사진을 찍는다고 꽃밭에 들어갔다가 몽고인 감시인에게 혼이 났다.

 씨를 뿌려 일부러 가꾼 곳도 아닌 것 같은데 전담 관리인을 두고 관리하는 게 의외로 여겨지면서도

참 잘 하는 일이다 싶다.

 이 때가 금련화 피는 시기이나 꽃차로 이용되기 때문에 꽃을 따 가 버린 모양으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금련화 꽃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인같다.

 

 

 

 

또 어디인가 초원에 내려 주었는데 조금 걸어가니 맑은 냇물이 졸졸 흘러가고 있었다.

냇가에 핀 꽃은 한층 더 맑고 고운 모습이다.

광섭씨가 곰취 비슷한 잎을 가리키며 저녁에 양고기에 싸 먹자며 나더러 뜯으라 했는데 씹어 보니 곰취 향이 안 났다.

보아하니 동의나물 같았다.  동의나물은 독성이 있어 동이에 우려먹어야 한다고 동의나물이라는데  광섭씨 말을 듣고

뜯어 먹었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

 

 

 

 

내몽고에 머무는 동안 맑은 날이 계속되어 더 없이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떠 있곤 했는데 하루 중 주로 오후 3~4시 경에

하늘이 살짝 흐리다가 개이는 것 같았다.  그럴 때 소나기가 퍼붓기도 하는 모양,   회장님이 한번 소나기 세례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보고 무거운 카메라도 안 가지고 자유롭게 다닌다고 했는데 민작가 님은 나보다 한 수 위다.

나는 똑딱이 카메라며 스마트폰을 연신 들이대는 반면 민작가 님은 스마트폰 까지도 아예 지니고 있지 않았다.

모든 걸 눈에 담고, 마음에 담으며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민작가 님이야 말로 진정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동안 나의 도반이 되어 되어 주신 민작가 님께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피뿌리풀이 온 천지에 깔리듯 있었으나 꽃 피는 시기가 지나 싱싱하고 소담한 꽃은 드물었는데

이 아이들은 참 소담스럽게도 피었다. 오래 전 저 피뿌리풀을 보러 제주 오름에까지 갔었지.

내몽고 초원의 피뿌리풀은 꽃송이가 좀 더 작고 탱글탱글한 느낌이다.

 

 

 

백리향이 양탄자처럼 깔렸다.

 

 

 

 초원을 휘적이는 저 남자. 어떤 이의 눈엔 광야를 떠 도는 외로운 하이에나처럼 비춰질 수 도 있는 모습인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규모가 큰 야생화 판매장(백두대간)을 운영하고 있는 광섭씨는 내몽고 초원에 어떤 색다른 야생화가 있나 싶어

바쁘게 돌아댕긴다. 더러 씨앗을 받기도 하면서..

 

 

 

 공주호 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공주호 입구에 게르   ㅡ 여름이 시원하기 때문에 북경에서 피서를 많이 온다고 한다.

 

 

 

저 동상이 공주호의 주인공 공주인 모양이다.

장군초자에서 언급되었던 황제(강희제) 가 공주를 몽고군 거얼단에게 억지로 결혼시켜 공주는 원치 않는 시집을 갔으나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받아 정을 붙이고 살아갔다. 하지만 아버지와 남편간의 전쟁으로 남편이 죽었다. 공주는 3년 동안 쉬지 않고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공주호> 란다.  대륙사람들이라 뻥이 참 세긴 하다.

 

 

 

 

게르 모양의 신식 건물.

 

 

 

여기가 바로 공주의 눈물이 모여 호수가 되었다는 공주호이다.

규모가 크지 않고 깊어 보이지도 않았는데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말이 달리는 모습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말몰이가 말들을 한데 모우는 중인데 이 때만 해도 말들이 한가롭다.

  

사진가들에게 말들이 역동적으로 뛰어 가는 모습을 촬영하도록 인위적으로 연출한 장면이다.

말들이 채찍을 맞으며 달릴 때는 정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초원을 누벼야 할 말들이 쪼잔하게 저게 뭔가, 싶기도 하고..

다들 큰 카메라로 겨누기 바쁘길래 나도 스마트폰으로 한 장 찍었다. (부끄러바 안 올리려다가 인증용으로다..)

 

 

 

 

실개천이 조금 전 말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던 곳이다.

우리 대원들은 이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가는 중이다.

 

 

 

 버스가 주차된 길 건너편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보였다.

너희들은 말로 안 태어나길 잘 했어야. 적어도 맞을 일은 없으니...

 

 

 

 

뒷모습도 아름다운 사람들...

 

 

 

 저녁 식사 때 바베큐한 양 한 마리가 실려 왔다.

붉은 천으로 된 장식을 하고 상추를 입에 문 채 ...

오전에 트럭에 실려 오던 양의 눈빛이 떠 올라 잠시 기분이 찡했으나 그것도 양의 운명이려니 여길 일이다.

 

 

 

몽골 사람들이 양을 먹을 땐 정해진 의식이 있다고 한다.

 

대표 두 사람이 나와서 고시레를 하고 술을 손가락 끝에 묻혀 위로 세 번 튕기며 '하늘, 땅, 선조'를 외친다.

술은 한꺼번에 다 마셔야 하고. 꼭 같은 절차를 세 번 반복한다. 

그리고 처음 잘라낸 고기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준단다

 

 

 

이 사진은 보시면서 상황판단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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