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어렵게 찾아 든 여관방은 방이 뜨끈 뜨근하지 않아불만스러웠다.
<약간의 감기기운과 노독이 겹친 터이라 그저 노인네처럼 뜨뜻한 방에 몸을 지지고 싶었으니...
자고 일어나서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서 몸을 한참 담그고 나니 훨씬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 들었다.
8시 30분에 출발하는 관동행 버스를 타야 된다기에 서둘러 도보여행에 임할 준비를 마치고 정류장으로 나갔다.
차 시간이 좀 남아 있기에 정류장 뒷 편으로 슬슬 가 보았더니 그날이 장날인듯 여기 저기 난전을 펼치고 있었다 .
촌스럽기 그지 없는 조화꽃 전도 펼쳐지고, 칼이며 온갖 자잘한 잡동사니를 펼쳐놓은 곳도 있고.
강아지,닭,오리를 파는 곳도 있었다.
다리들을 하나씩 한데 묶어 그물망에 넣고 파는 강아지들은 곧 팔려가야 할 운명을 아는듯 계속해서 바들 바들 떨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관동행 즉 관두포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가장 앞자리를 잡고 차창밖으로 눈길을 주며 한참 지나다가 보니 시인 김남주 생가로 가는 표지판에 이어 고정희 생가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두사람은 동향이구나.
남조선 민족 해방전선 사건으로 십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와 오년인가 뒤에 췌장암으로 죽은 시인 김남주,
원래 나는 민족이니 투쟁이니...하는 그런 거국적인 말들이 어렵고, 과격한듯한 성향을 좋아하지 않은 터이라 김남주시인에 대해선 깊이 아는 바가 없지만 언제 황석영씨가 김남주시인을 두고 썼던 글 때문에 더 인상깊어진 사람이다.
;김 시인이 황석영씨 집에 찾아 오면서 닷되들이 동동주 한 병과 다른 한 손엔 길에서 꺾은 듯한 코스모스 꽃 한 다발을 쥐고 왔는데 그는 꽃을 내 밀며 '이것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거기 피었습디다'그러더란다.
고정희씨는 그의 시가 여자답지 않게 힘이 느껴지면서도 남도가락이 집힐듯 하기도 하고..좋던데 ~그이는 지리산을 너무 좋아해서 '지리산의 봄편지'란 (지금 내게도 있는) 시집을 내기도 했는데 결국은 자기가 그렇듯 좋아하던 지리산 뱀사골에서 급류에 휘말려서인가 죽고 말았지.
그게 벌써 십년이 지났네.
아,그런 사람들이 일찍 죽게 된 건 참 아깝다.
* 버스 기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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