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강이 있는 격포에서 내소사로 향했다.
격포에서 내소사로 이르는 길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던지라 고개를 쭈욱 들어 올리고선 차창밖으로 눈길을 주었다.
과연 소문만큼 길은 아름다웠다.
길 아래로 편쳐진 바다를 보고 기애는 몇번이나 남해안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옹기 종기 몇 집이 모여 잇는 어촌이며 멀리 작은 선들이 그만큼 잔잔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ㅡ내소사,
몇번이나 와보려고 벼뤘는데도,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임에도 이제야 오게 된 곳이다.
쭉쭉 잘 뻗은 몸매의 전나무 숲길을 지나니 작은 단풍나무길이 나오고.오래된 벚꽃나무며 천년이나 지나 지났다는 고목이 버티고 선 마당에 몇 채의 절집이 서 있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 (서기 633년) 혜구두타선사창건 이라 씌여 있다.
보물 제 291호라는 대웅보전은 화려하지만 장중하다기 보다도 다정함을 느끼게 한다.
천장의 단청은 새가 그렸다던가,그리고 철 못은 하나도 쓰지 않고 지었는데 절을 만들려고 몇 년 간 깎아 놓은 나무토막 을 어린 스님이 감추는 바람에 ,나중에 도로 내놓긴 했어도 한번 나간 건 부정이 탔다고 해서 쓰지않고 나무토막 한개가 들어 갈 자리를 이 빠진 듯 비워놓고 지었다던가? 하는 전설적인 얘기도 어느 여행 책자에서 보았던 게 어렴풋이 떠 올랐다.
연꽃과 국화꽃 문양 조각으로 이어진 문살이 너무 예뻐서 인상적이었다.
내소사를 둘러 보고 주절 주절 참 많이도 열린 감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는 길로 접어들어가니 밤벼락에 금잔화가 흐드러지게 심어진 예쁜 민박집이 나왔다.
담도 낮은 그 집을 넘겨다 보니 마당에 할머니 한 분만이 계시는지라 마음놓고 들어가서 군데 군데
구석 구석으로 주인의 곰살맞은 손길이 역력히 느껴지는 집 안 밖을 둘러보았다.
아무튼 오늘 중으로 해남까지 가기만 하면 되니까,그리 바쁠 것도 없다는 듯 어정거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차를 몰아 해남으로 향했다.
내소사를 등지고 해남으로 향하면서 잠깐 졸았다 싶은데 영암이라더니 다시 목포 가 나오고~ 그러 구러 해남에 다다랐다.
해는 지고, 도시의 불빛이 휘황하게 빛나는 시간이었다.
해남, 해남은 이번이 네번째로 오는 곳이다.
보길도로 간다고 나섰을 때가 두번,한번은 이십 몇년 전 땅끝 마을에 이르러 보겠다고 왔었다.
우리나라 땅으로는 제일 끝이라는 땅끝마을은 해남에서도 한참 더 가야하는 송호리라는 곳이다.
이십수년 전 그 때 내 나이 스물 몇 살, 왜 그리도 땅끝마을에 목매이다시피 오고 싶었는지...
땅끝마을,땅끝마을....무슨 화두처럼 떠 올리곤 했었다.
아마 그 때 나이 나름의 객기였던 듯 싶다.
그 당시는 내가 대구에서도 백여리나 떨어진 고향 시골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였으니 해남까지 오는 교통편은 불편 다난하기 이를 데 없었건만 결국은 해남까지 오게 되었다.
그랬건만 여름 장마비에 길이 끊겨 땅끝에 이르는 버스가 두절되고 말아 이루 말 할 수 없는 실망감에 젖어 두륜산 대흥사등지를 둘러보고 말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해남에서 숙소를 정하고 이틀밤 쯤 묵을 계획인데 영애는 지난 도보여행 때 지가 묵었던 숙소로 갈 것을 제안한다.
어느 골목에서 버스가 자꾸 나오던 기억밖엔,그리고 목욕탕을 겸한 곳이란 거 밖에 여관 이름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래도 찾아보자 하고 영애 기억의 실마리를 토대로 해남 읍내를 한참이나 돌아다녔다.
해남은 의외로 제범 넓은 도회지처럼 목욕탕을 겸한 여관도 많고 번화한 길도 여러 갈래였다.
거의 30 여분도 넘게 헤매이던 끝에 '아,저기가 맞아'라는 영애의 말이 떨어져 프린스모텔이란 곳에 다다랐다.
이틀 숙박료로 8만원인데 1만원을 깍아 방을 계약해 놓고서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날씨도 오시시 춥고,그러니 저녁밥은 얼큰한 찌개를 시켜 잘 먹자그러며 사람들에게 물어 맛있게 한다는 해물탕집으로 찾아들었다.
'백세주 한 병 주이소' 주문에 백세주는 없다길래 '잎새'라는 첨들어보는 이름의 소주를 곁들여서 저녁을 먹었다.
이 화상들 좀 보게, 낮에 격포 바닷가에서 지들끼리 ~언니가 사랑에 빠져 뭘 말하고 싶어 죽겠는 표정이라니 어쩌느니 그래쌓더니만 또 다시그 말을 꺼내면서 술 한 잔 하는김에 털어놔 보라고 채근이다.
아,버선짝이어야지 속을 뒤집어 보이쟤.
내가 설령 그런 새꼴리한 사연을 품고 있더라도 느들헌테 쉽사리 털어 놓을까 보냐, 하다못해 대숲에라도 들어가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라고 한 것처럼 외쳐 버리고 말지.ㅋㅋ
아무튼 권하는 대로 홀짝 홀짝 들이킨 술 기운으로 알 딸딸....
그 옛날 땅끝을 찾아 오던 때도 떠 오르고 ,.....
초겨울을 무색케하는 밤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해남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없이 자꾸 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 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20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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