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시숙모님 댁 다녀오다

뜰에봄 2007. 11. 10. 15:32
어제 나는 일산에 있는 시숙모님 댁에 다녀 왔다.

아파트를 48 평으로 넓혀 가셨다기에 입택 축하도 드릴겸 찾아 뵌 것이다.

 

 우리 시숙모님은 올해 일흔 이신데 33 세에 4남매를 두고 혼자 되신뒤,  하숙을 치며 그 사남매를

 누구보다도 심성 바르고 밝게 키워 내신 분이다,

그렇듯 젊은 나이에 자식을 넷이나 두고 과부가 되셨으니 얼마나 막막하셨으랴.

하도 기가 차서 남편이 죽은사실이 믿어지지도 않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으시더라 했다.

 

 위로 딸 셋, 막내로 아들 하나를 두셨는데, 자녀들이 어찌나 효성스럽고, 하나같이 경제적으로도

기반을 잡고 잘 사는 편이라 젊을 때는 그렇게 고생하셨건만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사신다.

 경상도 남자들이 원래 무뚝뚝하고, 곰살맞지 못하다고 정평이 나 있건만 작은 댁 사위들은 셋 다 장모님 보고

 '엄마, 엄마...' 라고 부를 만큼 다정하게 대한다.

사위 셋 다 덩치도 크고, 한 카리스마하는 사람들인데도 자기 마누라며 처갓집을 끔찍히 위하는 걸 보면

들어오는 사람 복이 따로 없다 싶다.

 

 시동생은 명석하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기가 이를데 없어 그렇게 반듯한 사람을 여태 첨 봤다 싶을 만큼

 매사 처신을 어찌나 잘한다.

올해 45살인데 착한 아내와 건강하고 영리한 남매를 두고 있으며, 작은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기가 이를데 없다.

보아하니 회사에서도 중책을 맡을만큼 꽤 인정받고 있는 듯 하다.

 

 작은 집 식구들은 유별나게 나를 챙기는 편이다.

대구 경북 대학에서 주욱 장학생으로 공부하던 시동생이 대학졸업을 앞 둔 시점에서 금호그룹에 특채로 취직,

서울로 오게 되었는데 그당시 인천에 살던 우리집에 몇 달 와 있었기에 그 고마움을 늘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댁에선 친 시동생도 아닌데 어느 사촌 형수가 종시동생을 데리고 있겠다고 나서겠느냐며

 아직까지도 치사를 하는데, 나는 사실 그 시동생을 데리고 있는 게 조금도 싫지 않았다

 시동생을 데리고 있을 당시엔 아이가 어릴 때인데 나는 아이 키우느라 바빠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서울 금호석유화학 본사로 다니던 시동생은 회사에 갔다 오면 회사 이야기며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를 미주알 고주알 나에게 일러 바치듯 다 얘기 해 주곤 했다.

 도대체가 말이라고는 없는 남편과는 달리 그렇듯 자상하게 구는 시동생인지라 쉽게 정이 들어

퇴근이 기다려 지기도 할 만큼이었다.

 음식도 무엇이든 맛있다며 잘 먹고, 자기빨래는 자기가 다 하려 들어 내가 못하게 빨래를 빼앗은 적도 있는데

 나중에는 숫제 화장실 문을 잠그고서 해 치우곤 하니 데리고 있다고 해도 그리 성가신 줄도 몰랐다.

 

  나중에 작은 댁에서 서울로 이사오는 바람에 시동생을 데리고 있지 못하게 되자 진정으로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만이 앞섰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다 제 할 탓인 것 같다.

 

 지금까지 시동생은 내게 한달에 한두번씩  안부 전화를 잊지 않는다.

 만약에  내가 어떤 곤경에 처해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면 시동생은 밤이든 낮이든, 장소가 어디든 

두말없이 달려와 줄 것으로 확신이 가는 사람중의 한명이다.

 

 어제 작은 엄마께서는 달력을 내어 놓으시며 벌써부터 우리더러 휴가를 같이 가면 안 되겠느냐고 그러셨다.

 작은 집 4남매의 우애와 결속력은 실로 대단해서 언제나 휴가는 그 식구끼리 같이 간다.

그 식구들 수만 해도 만만찮은데 해마다 우리도 함께 가면 어떠냐고 권유하시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러고 싶어 하시는 줄 잘 알지만 번번히 우리 계획과 어긋나서 같이 가지 못했는데,

올해는 한번 따라가 드려야지, 싶기도 하다.

 

 우리 작은 어머니, 젊어서는  정말 힘들게 사셨지만 노년에 이르러 이렇듯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행복하게 사시니 참으로 고맙고도 다행한 일이다.

올래 일곱살바기 손주의 소원이 '우리 아빠 돈 많이 벌어서 우리 할머니 편안하게 모시도록 해주세요'

라고 한다니 

 요즘 세상에 얼마나 보기 드문 복이랴.

하기사 우리 작은 어머님이 너무나 힘든 세월을 살아 오시고,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해

 올바르게 키워내신 결과이니 그런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싶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늘 빠듯한 형편으로 여겼는데, 동서가 간호사로 한참 동안 맞벌이를 한 탓인지 그렇듯 넓은 집을

 사서 잘 꾸며 놓고 사시는 걸 보니 내 마음이  다 흡족하고,뿌듯할 지경이었다.

 

뒤늦게나마 호강받아 마땅하실 우리 작은 엄마,

부디 건강하고 오래 사시기를 바랄 따름이다.

 

20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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