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감실

뜰에봄 2007. 11. 10. 15:38

 

어둠은 어둠으로 빛난다

 

바람결에 흔들리며 눈물처럼 그렁거리는 별빛들,깊은 골짜기 그대 얼어붙은 별빛이

내 숨겨둔 감실의 어둠에 이르렀으나 오늘도 끝내 그대 시린 어깨에 손 한 번 얹지 못하고

솔숲에  촘촘한 어둠 사이를 말없이 빠져 나와야 했다.

어둠 속 눈부신 강줄기 하나가 문득 이마에 걸리는 어느 세월이 있을 것이다.

어둠이 어둠으로 빛나고 슬픔이 슬픔으로 빛나는 각질의 사랑이 우리에게도 있을 것을 믿는다.

빛은 어둠을 떠나 살 수 없으니 우리 어두운 날들이 소실점에 닿아 숲속의 바람으로 흩어지는 날,

그 휘황한 빛살의 절망만이 남아 우리 어둠의 지층을 그리워하리.

감실의 문을 두드리리

 

 

 

감ː실 (龕室) 사당 안에 신주를 모셔 두는 장(欌).
(불교) =닫집.
(가톡릭교) 제대(祭臺) 위에 성체를 모셔 두는 장.
(고고학) 고구려 무덤에서 , 앞 방의 양옆에 딸린 방.

 

~~~~~~~~~~~~~~~~~

 

 위 시에서의 ' 감실' 은  마음 한 켠에 신주단지처럼 간직한 자기만의 오롯한 공간이라  여기면 되겠습니다요.

 

 ㅡ 제 고향의 종갓집 '감실' 이 생각납니다.

고려 말 충신이셨던 '경'자 '제'자 쓰시던 할배의 위패가 모셔진 곳,

종갓집 안채 쪽문을 열고 나가면 대밭이 있고, 거기 감실이 있지요.

 저의 집은 종갓집과 가까운 존속인지라 어릴 적엔 종가에 제사가 있을 때 엄마가 제수장만을

도우러 가신다던가 하면 으례 따라다녔습니다.

 또래들과  넓은 종갓집 안밖을 돌아다니며 노는 재미가 여늬집에서 놀던 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죠.

안채 사랑채 대청마루,안마당 바깥마당, 넓은 텃밭도 딸려 있는지라 웬만한 놀이의 구색을 다 맞출 수가 있었지요.

  어린 마음에도 종갓집에 대해서는 은연중에  경외감을 품었던 것 같은데 그건  보통 집과는 다른

 종가집 구조탓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그 '감실'이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음력 칠월 열 여셋날 경제 할배 기일에는 참 볼만했습니다.

평소에는 안채 안마당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던 일가 어른들이 흰 두루막에 갓쓴 차림으로 도복을 입은

 종손을 앞세우고 주욱 늘어서서 안마당으로 들어와 쪽문을 거쳐 감실로  갔댔지요.

열 여셋날 달은 휘영청 밝고, 감실앞에 빽빽히 들어 선 어른들이 축문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광경은

과연 현실인가? 싶을 만큼 신비롭기도 했습니다.

 

 숨바꼭질을 할 때 '감실'은 더러 갈등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더랬습니다.

감실은 좀 으시시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긴 해도 거기 숨으면 안전빵으로 안 들키는 건 틀림없다 싶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어른들 한테 들키면 야단이야 맞겠지만 아이들이 놀면서 언제 그런 걱정을 하나요,

 그렇지만  어쩐지 감실에 만큼은 아무나 마구잡이로 드나들면 안 된다 싶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제 마음처럼 그러했던지 아무도 감실안에는 숨지 않았습니다.

 

2003,6,7

'끄적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친구 태순이  (0) 2007.11.20
오늘은 수능 시험일  (0) 2007.11.15
동심의 세계  (0) 2007.11.10
고마움  (0) 2007.11.10
시숙모님 댁 다녀오다  (0) 2007.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