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봄에 산삼보다, 해삼보다 귀하다는 고삼엄마가 되고나서 '나는 고삼엄마'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더랬는데 나의 그 고삼아들이 치뤄야 하는 수능 시험이 내링 모레로 다가온다. 그 하루의 시험을 위해서 이제껏 학생들이며 선생님들이 애써 온 것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으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개천절날 3학년 선생님들이 새벽같이 마니산에 올라 첨성단에서
축문까지 읽어가며 학생들의 수능 선전을 빌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엔 학교에서 학부모대표들을 초청해서 역시 수능을 잘 치루게 해 달라고 비는 기원제가 있었다. 나도 참석을 했는데 돼지머리에 팥시루떡, 과일, 막걸리가 놓인 젯상앞에서 선생님들이 맨바닥임에도 아랑곳없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가슴이 찡해서 눈물이 어리기도 했다. 선생님들 마음이 부모 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다를 바 없구나 싶어서 말이다. 여기서 '부모 맘' 이라고 써 놓고 보니 나같은 에미는 사실 좀 찔리기도 한다. 고삼 학부모가 되어서 연휴인데, 휴일인데 카믄서 아이 혼자 밥 챙겨먹게 해 놓고 놀러댕긴 것도 수차례,
휴일에도 학교가는 아이한테 전화해서 잠깨워 주는 것도 까먹어서 학교가는 시간도 놓치게 만든 적도 있으니 말이다.
엊그제는 부산에 사는 후배한테 전화를 하니 대뜸 '언니아들 동후 수능시험 앞두고 나한테 기도 더 열심히 하라꼬
전화했재? ' 그런다. 그 후배는 새벽기도까지 다니는 독실한 기독교인인데 벌써부터 우리 아들을 위해 부부가 같이 기도를 한다고 전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있잖아 언니, 나는 참말로 열심히 기도하는데 언니도 내 마이 열심히 하는강 모리겠다' 그런다. 허걱! 우물쭈물~ 쭈물 우물 ~ (저것이 그런 말은 왜 하누?) ~ ' 말 나온 김에 잘 됐다, 그래, 계속 열씨미 기도 쫌 해 도고.내사 교회도 잘 안 나가는 나이롱 신자인데
기도빨이 받겄나?' 그랬더니 받아 하는 소리가 '언니, 나이롱이 더 찔기다 캅디다' 라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우리집에는 이 며칠새 찹쌀떡이며 엿, 쵸코�이 넘친다. 택배로 찹쌀떡이 배달되어 오기도 하고, 멀리서 일부러 사들고도 오고, 아는 이들이 너도 나도 챙겨들 주는 거다. 이런 정성에 힘입어 철떡 철떡 붙기도 한다면야 까짓 아들이 원하는 대학에 못 갈 것도 없다 싶다. 학기초에 나는 아들에게 엄마가 원하는 대학에 붙어주면 과외한 셈치고 거금 얼마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는데
그 거금이 지출되어 질라나? 어쩔라나? 모르겠다. 그런데 수능이 내일 모레로 다가오니 쫄아서 그런가, 아들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만족하리라 싶은 게 오히려
마음이 비워지는 것 같다, 문득 우리 애 초등학교 3학년 때 생각이 난다. 하도 뺀질거리며 컴퓨터에만 매달리는 애 보고 ' 공부 좀 해라 공부, 공부잘하면 누가 좋으냐?' 나무랬더니
징징 울면서 '그거야 엄마가 좋지요' 했다. '엄마가 뭐가, 우째서 좋으노 이눔아,' 했더니 ' 어쩌면 저래 똑똑한 아들을 두었어요 라는 소리를 들을라꼬 그러잖아요?' 그랬다.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싶어 찔끔했다. 사실 애가 공부만 잘 해도 기본적으로 먹고 살 미래는 보장된다고 믿는 구석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애가
공부잘 하는 것이 마치 나의 자존심인냥 ' 어쩌면 저래 똑똑한 아들을 두었어요 ?' 라는 소리를 들으며
으쓱해지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말이다.
이제 수능 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아들은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앞 서 말했듯이 인쟈 마음을 비우고 담담해 질란다. 어떤 대학을 선택하게 되든 아들 적성에 맞아 재미있게 공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우리 고삼 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양껏 발휘하길 기대하면서 주절이 주절이 횡설 수설 해 봤슴다.
2004, 11월 1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