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오래 전에 받은 편지 한 장

뜰에봄 2008. 2. 26. 14:55
기쁨만들기  
  
 

  나는 언제부턴가 외로움이란 말을 안 쓰기로 했다. 슬픔이란 말도 자제하기로 했다. 의식적으로 피하려 하고 있다. 언제나 멍청이처럼 히히 웃으며 살려고 했다. 그길이 나를 구제하는 길이라 믿고 있다. 기쁨, 행복 만들기의 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며칠 전 설악산 오색 약수터에서 대청봉으로 천불동 계곡을 지나왔다. 수려한 바위 절벽, 선녀라도 나옴직한 깨끗한 물과 피어오르는 정기에 감탄. 그 바위 스스로가 수려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억겁의 세월에 깍이고 씻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 주변에서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말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되어라. 목석이라도 좋고 울리지 않는 악기라도 좋다. 처음엔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나지 않던 악기도 계속 입에 대고 주물럭거리면 소리가 나는 법이란다. 누가 씻겨주고 닦아주어서 수려한 바위가 되지 말고 바위 절벽을 닦고 씻는 물이 되고 바람이 되어라.

  나는 언제부턴가 늘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둘이에게 메일을 자주 보낼 때도 오늘은 무슨 말을 해 줄까, 세상 떠난 아이들 엄마에게도 무엇으로 웃게 해 줄까, 지금도 마찬 가지다.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여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없으니 노력이라도 끊질기게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바람 시원한 것도 말해 보고, 햇빛이 반짝이는 것도 말해 보고, 아프다고 말해 보고, 장미 한 송이도 주어 보고, 내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늘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여 말해 주면서 살 작정이다.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배 한 척을 보고도 외로움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서도 그 넓은 공간을 잊은 채 기쁨에 젖은 배라고 말해 준다. 성내는 얼굴을 보고도 나로 인해 성내는 당신을 보니 내 존재 가치를 느껴 기쁘다고 말한다. 누가 들으면 나를 불쌍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하는 일로 되돌아 온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삶이 지닌 근원적인 아픔 같은 것을 진하게 노래할 수는 없어도 나날의 생활을 기쁨으로 꾸려 갈 수 있었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삶을 잔잔한 기쁨으로 채워가는 사람이고 싶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늘 웃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그 웃음이 나에게 새로운 기쁨을 만들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이 요즘 나의 삶이다. 둘이에게도 이런 삶의 방식을 권하고 싶구나.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다. 늘 기쁨이어라

                                                     2003 , 7 월  경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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