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뜰에봄 2008. 2. 12. 07:54

가끔 꿈을 꾸지만 까맣게 잊어 버리기 일수인데 오늘 아침 꿈은 너무나 생생하다.

꿈에서 몇 몇 아는 이들과 여행을 떠났던 듯 하다.

음식점을 찾아 갔는데 입구에서 먼저 도착한 일행과 함께 법정스님이 서 계셨다.

꿈에서도 이게 웬 꿈인가, 하는 심정으로  스님과 악수를 했다.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어찌나 건강한 모습이시던지...

너무 반갑고 흥감해서 스님 얼굴을 바라보며 스님의 손을 한참동안 꼭 잡고 있었는데

내 평생 처음으로 그렇게 힘주어 악수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스님도 내 마음을 아신다는 듯 마주 힘을 주시면서 나를 바라보셨는데 그 눈빛이 어찌나 강렬하고 형형하던지...

 

법정스님은 스무살 무렵인가, 범우문고서 나온 조그마한 책자 ' 무소유' 를 읽고서 ' 이런 스님도 다 계시는구나'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쉽고, 담담하게 씌여진 스님의 글은 은연중에  많은 깨우침과 감명을  주었지만 특히 스님도 나만큼이나 '어린왕자' 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좋아졌다는 수준을 넘어 담박에 반해버렸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고등학교 때 � 떽쥐베리 ' 어린왕자 ' 에 반해 걸핏하면 그 책을 사서 아는 이들에게 선물하길 즐겼는데 스님 또한

 어린왕자를 서른권도 넘게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 주셨다고 했다.

   어느 해 여름엔  혜경이와 둘이서 그 당시 스님의 거처였던  불일암을 찾아 나선 적도 있다.

불일암까지 가서 스님의 거처를 기웃거리는 건 삼가해야 겠거니와 시간도 여의치 않아  스님의 눈길이 닿았을

그 주변 풍광이며 송광사를 둘러 보고 왔던 기억이 어제인양 선연히 떠오른다.

무소유를 읽은 후로 법정스님의 책은 거의 다 사 보는 편이다.

 스님을 처음 뵌 것은 십 수 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 산에는 꽃피네' 출판 기념회를 할 때이다

아나운서 이계진씨가 사회를 보고 법정스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는데 스님께서 단상에 놓인 녹음기를 보시고

이런 게 뭔 소용이냐며 치우시는 걸 보고서 속으로  엔간히 깐깐하시다 싶었다.

 그때 이해인 수녀님, 류시화씨, 정채봉씨도 만났다.

독자로서 반가워 목례를 보내자 정채봉씨께서  미소지으며 그 분 특유의 맑고 선한 눈빛으로 바라 보시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보니 오늘 내가 꾼 꿈은 ' 산에는 꽃 피네' 책과 연관이 있는 듯도 하다.

며칠 전 설 쇠러 광주에 갔을 적에 마침 형님네 책꽂이에 꽂힌 '산에는 꽃 피네' 책을 찾아 들고

틈틈이 읽었는데 그 지난 날의 기억과 맞물려 꿈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으까?

아무튼 모처럼 존경하는 분을 꿈속에서 그렇게라도 만났으니 기분이 좋다.

아, 참 스님과 같이 서 있던 곳 뒷 편 작은 둑에는 그리 크지 않은 벚꽃나무가 주욱 심어져 있었는데

곧 터질 듯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있었다.

행복한 봄 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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