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사임당 놀이?

뜰에봄 2009. 1. 14. 22:05

 

 

각시붓꽃 님이 요즘 며칠 한가한 틈을 타서 수놓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전화가 걸려 올적마다 그 정황을 내게 다 표현하지 못해 여간 안달이 아니었다.

수저집을 만들고, 찻잔 받침을 만들며, 금낭화를 피우고 앵초를 피우고. 무당벌레, 벌, 나비도 끌어들여 놓고설랑

그걸 글세 사임당놀이라 이름짓고 있었다. 나 참...붓꽃 피는 뜰에 나 역시도 각시의 동료 척부인이 했다는 ' 잘해보셔'

그 한마디를 던져 주었더니 그게 살살 심기를 긁던가 보다.

"금낭화 피워놓고 그 밑에 새끼손톱 반 만한 무당벌레 들어앉혔는데 디기 이쁘데이~ 언니 주까? 마까? " 그런다.

그쯤되면 이미 "주까?" 쪽으로 굳혔음이 분명한 터, 그럴 땐 짐짓 태연함을 가장해서 ' 함 줘 보던지~' 하고 말꼬리를

살짝 흐리는 것이  미안함을 쪼매라도 더는 법이다. ㅡ "그럼 함 보내 봐봐..."

 

 

 

오늘 도착 한 걸 탁자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금낭화도 그럴듯하고, 무엇보다 무당벌레가 너무 사랑스럽다.

가지런히 놓으니 너무도 정갈하고 예쁘다.

 

 

 

수저집이라고 한다. 나는 유난스럽게 수저 따로 가지고 다니는 짓 안 한다고 하니 

어디 갈 때 수저를 넣던지 칼을 넣던지 알아서 하란다. 수 놓은 걸 덧댄 것이 정겹다.

 

                            

 

 

 

 

앵초꽃 위로 나는 것은 나비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벌에 가깝다. 

 

 

금낭화도 나름 특징을 잘 살렸지만 무당벌레는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다리 하나 하나가 다 각각으로 뻗어 있다.

무당벌레 몇 마리 주께 그 대신 이래라, 저래라 청을 넣었다고 하더니 그럴만도 하네.

 

 

 

                       이건 지난 해 선물로 받은 거.

                콩꽃이라는데 저런 콩꽃이 있는가? 그냥 있다고 해 주자. ㅡ 지 맘이니까..

 

위와같이 뇌물(?) 도 받았으니 사임당인 척 해도 봐주고. 수로부인인 척 해 줘도 좀 봐주고.

갖은 고상 다 떨어도 맞장구나 쳐 줘야하게 생겼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거늘...

만약에 " 아서라~ 자네가 무신 사임당식이나?? " 라고 대들면 그녀는 당장 사임당보다 더 실용성 있는

 짓(?)을 한다는 얘길 또 늘어 놓으리라~ (에라, 그려, 사임당 놀이 맞다,)

아무튼 이런 그녀가 있어 심심하지 않고, 때때로 자글 자글한 삶의 재미를 맛본다.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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