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 일 내가 속해 있는 야생화 사이트 인디카에서 가을 정기 야생화 탐사지를 제주로 정하게 되었다.
1박 2일 야생화 탐사 행사를 마치고 나는 하루 더 머물러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울산에 사는 친구 강작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강작가는 시댁이 제주인데 벌초를 하러 제주로 온 날짜가 나와 같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올레>란 제주어로 '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 을 뜻한다
중세어로는 '오라' '오래' 이며 '오래' 는 문(門)을 뜻하는 순 우리말 ' 오래' 가 제주에서는
'올레'로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란 제주올레는 발음상 '제주에 올레?' '제주에 오겠니?' 라는 이중의 의미를 포합하고 있다. (제주올레 카페글 참조)
올레길은 서명숙씨가 23년 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떠난 산티아고 길 위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만들리라"
결심한 바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주의 걷기좋은 길로 선정된 여행코스로 2007 년 9 월에 1코스가 개장된 이래 현재 13 코스까지 있는데 곧 14코스도 개장된단다.
우리는 어느 코스가 좋을지 이리 저리 재던 끝에 마침내 올레 7코스를 택하게 되었다.
7코스는 외돌개를 출발하여 법환포구와 제주풍림리조트를 경유해 월평포구까지 이어진 해안올레로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7코스 ㅡ 외돌개 - 돔베낭길 - 펜션단지길 - 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 - 속골 - 수봉로 - 법환포구 - 두머니물 -
일강정 바당올레(서건도) - 제주풍림리조트 - 강정마을 올레 - 강정포구 - 알강정 - 월평포구
우리는 출발부터 좋았다.
9월 21일 날 아침 제주시내 남서울호텔앞에서 강작가 부부를 만나 리무진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가서 출발점인 외돌개를 찾아
가려고 했는데 마침 서귀포택시가 우리 앞에 멈춰서 버스값만 주고 타라고 하는 바람에 누구한테 길을 묻거나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그 택시로 외돌개 앞에 닿았다 . 서울에서는 비가 온다면서 걱정하는 전화도 걸려왔는데 제주의 날씨는 쾌청!!
발걸음도 가볍게 올레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올레길 초입지점 바다에 우뚝 서 있는 외돌개이다.
* 높이는 20m로 바다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의 모습이 바뀔 때 생긴 바위섬으로 꼭대기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자생하고 있다.
* 장군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 말기 탐라(제주도)에 살던 몽골족의 목자(牧子)들은 고려에서
중국 명(明)에제주마를 보내기 위해 말을 징집하는 일을 자주 행하자 이에 반발하여 나무목호(牧胡)의 난을 일으켰다.
최영 장군은 범섬으로 도망간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를 장군의 형상으로 치장시켜 놓고 최후의 격전을 벌였는데
목자들은 외돌개를 대장군으로 알고 놀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 할망바위로도 불린다. 한라산 밑에 어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어느날 바다에 나간 할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할머니는 바다를 향해 하르방을 외치며 통곡하다가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 인터넷에서 발췌.
참으로 아름다운 해안풍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잘 만들어진 <돔베낭길>이다. '돔베'는 제주도 말로 '도마' 이고 '낭'은 나무라고 한단다.
즉 도마나무길 이라는 뜻이된다. 길 옆에 서 있는 소나무들이 도마를 만들기 좋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를
언뜻 들은 듯하다.
길이 마치 마루처럼 여겨져서 신발을 벗고 걷고 싶은 걸 참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저 길을 헐레벌떡 뛰어야 했던 사연이 있었나니.... 차마 내 입으로 말 못하겠다.
지나가는 길 옆 귤밭엔 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참 오지게도 열렸다,
길 옆에 빨간 잎을 리본처럼 드문 드문 달고 있어 눈길을 끈 나무가 있었는데 바로 담팔수 [膽八樹] 나무란다.
자료를 찾아보니 묵은 잎이 빨갛게 물들어 떨어진다고 했는데 나는 분명 뭔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은밀한 뜻을 전달하는 표식인지도 몰라.
이런 징검다리도 건너게 된다.
저 물은 민물인데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저기가 아마 속골 이지 싶다.
내를 건너고 나니 올레쉼터가 있었다.
저 곳에서 아이스크림 같은 걸 파는 것 같았는데 매점 가까이에는 가보지 않았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했으나 두 분 다 먹으려도 해야 말이지,..
대신 한쪽에 놓인 평상에서 물도 좀 마시면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아 참, 물 대신 배즙을 마셨지.
강작가 남편은 평상에 드러누우셨다. 나도 저 쪽 평상에 드러눕고 싶은 걸 참았다는...
나는 찬물에 발을 담그었는데 물이 얼마나 찬지 발을 계속 꼼지락거려야 했다. 여기까지 나를 데려다 준 발이 고맙다.
나는 물만 보면 발을 담그고 싶고, 손을 씻는 버릇이 있는데 강작가는 물을 보면 온몸으로 뛰어들고 싶다고 한다.
그러니 나보다 더 세긴 세다.
크게 자란 선인장이 꽃을 피우고 있고, 그 뒤로 야자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내가 마치 딴 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선인장꽃이 진 자리이다. 저 꽃이 다 피었을 땐 얼마나 예뻤을까?
저 선인장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 주욱 키우던 선인장이라 정겹다.
나는 저 선인장에 동그렇게 구멍을 내기도 했는데 보는 사람들이 신기해 할 때마다 (사실 선인장 한테 몹쓸짓을 해놓고선)
무슨 대단한 재주라도 부린 듯 좀 우쭐해 했던 듯하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시야에 계속 따라 붙던 범섬이다,.
범섬을 향해 피어 있는 선인장꽃은 어떤 애절한 그리움 같은 걸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길이 바로 올레지기들로 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있다는 수봉로이다.
수봉로는 세 번째 코스 개척 시기인 2007년 12월, 올레지기인 ‘김수봉’ 님이 염소가 다니던 길에 직접 삽과 곡괭이만으로
계단과 길을 만들어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길이란다.
앞서 가는 강작가 부부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소풍길에 나선 아이들 같다. 귀엽당,
손 잡고 가면 더 정다워 보일텐데...ㅎ
해변도 아름답고 길도 아름답다.
파도가 우리가 걸어 가는 길의 넓이만큼 해변의 자갈을 적셔놓았네. 파도도 길을 만들고 싶은가보다.
강렬하기 짝이 없는 새빨간 빛깔의 꽃이 눈길을 끌었다.
어쩌면 저렇게 생겼을까? 이름이 뭘까? 알아봐야겠다.
길옆에 닭의장풀이 한 무더기 피어있다.
나는 달개비꽃길이라고 이름지었다. 앞으로 걷다가 저렇듯 푸짐한 꽃무더기를 만나면 그 꽃 이름을 붙여 길이름을 지어버려야겠다.
여긴 으아리꽃길. 으아리 필 철도 지났지 싶은데 여긴 한창이다.
담벼락 끝으로 유도화가 흐드러진 곳을 돌아가니 아담한 어촌이 나타났다.
점심 때도 지난 시간이라 우리는 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담벼락위에 유도화가 곱다.
옛날 고향집에선 화분에 심어서 겨울마다 방안에 들이곤 했는데 저렇게 크고 멋지게 자랄 수 있다니... 정말 탐스럽고 예쁘다.
잎은 버드나무를, 꽃은 복사꽃을 닮았다 해서 柳桃花, 중국에서는 대나무에 피는 복사꽃이라 해서 夾竹桃라 한단다.
협죽도에는 강력하게 독성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어 예전에 사약재료로 쓰였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반면에 탁월하게 공기정화를 시키는 식물이기도 하다네.
'강작가는 환상적으로 예쁜 유도화와 이 사진에서 (왼쪽 위) 가지가 살짝 보이는 소나무 사진을 찍었다.
강작가 남편께서는 언제나 말없이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신다.
성품이 온화하고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분이신 듯하다.
소나무가 참 희안하게 생겼다.
가지가 뻗은 모양도 그렇고, 나무 껍질도 유별나게 촘촘한 것 같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정말 멋진 나무였다. 잘 자란 나무를 보면 드러눕고 싶은 버릇이
여지없이 나오더라다는...
잠녀마을 이라면서 해녀상이 서 있었다.
잠녀생활은 얼마나 신산하고 고달플까?
' 어촌계 후계자의 집 ' 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간 식당에서 한치 물회를 시켜먹었다.
양도 많고, 시원하고 , 입맛에 맞아서 흡족했다.
점심을 먹고 기운을 한층 충전시켜서 또 걸어야지.
아직 가야 할 길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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