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3)-구성(Plot)의 혼란
1. ‘연금술사’의 민화적 요소.
Plot은 소설·희곡·설화 따위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줄거리,
또는 줄거리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을 얽어 짜는 일과
그 수법, 구성을 의미한다고 국어사전은 말한다.
구성은 픽션이라는 허구의 소설에 리얼리티(reality)를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작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마치 한편의 설화문학을 접한 듯한 느낌,
이것이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가졌던 첫 인상이었다.
설화 문학이란 일반적으로 신화(神話), 전설(傳說), 민담(民譚)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금술사’의 이야기 전개, 구성, 결말을 보면 설화문학 중 에서도
민담의 형식에 가장 가깝게 느껴진다.
민담이란 한 인물의 행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으로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며,
사건은 선(善)과 악(惡)의 대결에서 선이 승리하는
가장 기본적 가치관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전승 범위도 지역이나 민족을 초월하게 된다.
특히, 흥미를 위한 허구적 성격 때문에
민담은 설화 문학 중 가장 소설에 가까운 양식이다.
민담은 소설에 가장 가까운 양식이지만 소설은 아니다.
민담이 소설이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구전(口傳)으로 전승되어 작자불명이 많고 무엇보다도
민담이 가지는 가치관의 획일성과 구성의 취약성 때문이다.
‘연금술사’ 역시 산티아고라는 평범한 양치기가 보물을 찾는 꿈을 꾸고
마침내 보물을 찾는다는 설정자체가 민화(民話)적이다.
그리고 늙은 왕에 의해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것은 올바르고(善)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은 나쁘다(惡는)는 투의 가르침을 받는 설정도 민화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보물을 찾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연금술사’는
‘흥부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민화의 특징을 온존하고 있다.
산티아고의 보물찾기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이며
자아(自我)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타자로부터 주어진 꿈이다.
그리고 산티아고가 보물찾기 여행에서 만난
늙은 왕, 영국인, 낙타몰이꾼, 연금술사 등의 인물들은
산티아고가 보물찾기를 포기하지 못하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는,
민화로 말하자면 귀인(貴人)들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간혹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믿는다는 주술적인 신념으로
환상을 통해 미래를 꿰뚫어 보거나, 바람으로 변하는 등
초능력을 펼쳐 보인다.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신기한 마술(魔術)시범과
마지막에 보물찾기에 성공하는 장면 등은 우리의 민화 중에서
‘홍길동전’과 ‘흥부전’의 혼합 스토리를 보는 느낌을 들게 한다.
2. 연금술사의 구성상의 문제점
민화적 속성을 지닌 ‘연금술사’가 마치 치밀한 구성이 존재하는
본격파 소설처럼 보이는 것은 ‘연금술사’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 들이 발설하는 ‘말’들, 그리고 사건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하는 인물들이 주제를 설명하는데
꼭 필요한 인물들 이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을 뿐 아니라
스토리 전개의 일관성도 결여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데 요긴하게 쓰라고
`우림`과 `툼밈`이라는 돌을 주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이 돌의 역할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이 돌은 딱 한번 산티아고가 도둑맞았을 때 한번 써 먹은 외에는
전혀 역할을 하는 데가 없다.
그리고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표지를 따라 가야 된다고
늙은 왕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바로 표지이란 단어이다.
그러나 수십 군데에서 표지란 말이 나오고 있지만 끝까지 읽어보아도
이것이 표지이다라고 분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단지 네 군데이다.
한번은 늙은 왕과 이야기 중에 갑자기 날라든 나비를 보고
늙은 왕이 이것이 표지이다라고 석연치 않게 이야기 한 것과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 이것이 표지이다!,
사막에서 병사들이 잡으러 온 것을 표지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엔 보물이 묻혀진 곳을 발견하지 못해서 애쓰고 있을 때
풍뎅이가 날라 온 것을 보고 표지이다!! 이렇게 네 번 부르짖는다.
수도 없이 표지란 말이 나오지만
보물에 관련된 표지는 풍뎅이 밖에는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말은
‘자아의 신화’, ‘표지’, ‘만물의 정기’, ’마크 툽‘,
이 네 단어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작가가 소설 속에서 분명하게 독자에게 제시하거나
이해시키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고 본다.
코엘료 파울로는 그런 의미에서 독자에겐 아주 불친절한 작가이다.
이 범주적이고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단어를
소설 내내 반복하여 써주기만 할 뿐 설명하거나 구체화시켜 주진 않는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감동할 사람은 감동하라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만이 행간의 의미를 읽고 감동해야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2700만명의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감동하고 말았다.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이다.
슬프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그다지 감동받지 못했다.
필자의 상상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그러나 자꾸 필자는 파울로 코엘료가
주역의 신비로운 단어를 써서 두리뭉실하게 예언하여
이래도 맞고 저래도 맞는 육교의
용한 점쟁이처럼 느껴지는 것은 왠일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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