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4) -그 뿌리없는 바람
‘연금술사’는 소설적 구성 면에서는 매우 엉성하며 혼란스럽다.
‘연금술사’에서는 구성상의 혼란뿐만 아니라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이 발설하는 메시지는 더욱 혼란스럽다.
파울로 코엘료는 구약(舊約)에 지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산티아고의 소망성취를 위해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멜기세덱이라는 구약성서의 인물이다.
산티아고가 꿈을 꾸고 어느 노인을 만나는데
그 노인은 산티아고가 그 보물을 찾아가는 일만이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격려한다.
그는 스스로 ‘살렘의 왕’이라고 하고
이름을 멜기세덱이라고 하였다.
'연금술사' 책에서는 멜기세덱1)이 누구인지 설명이 없다.
그러나 구약성서를 뒤져보면 멜기세덱이 딱 두번 나오고 있다.
이 신비의 인물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그의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왔을 때
아브라함을 축복하기 위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던 인물이다.
이 멜기세덱을 가리켜 성경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고 기록하였다.
그 구약에서의 대 제사장 멜기세덱이 여기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의 후견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는 산티아고에게 보물찾기를
‘자아의 신화’라고 가르쳐 주었을 뿐 아니라
산티아고의 여정에서 내내 뒤를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한다.
위대한 제사장 멜기세덱은
산티아고의 보물찾기와 파티마와의 사랑 이루기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기위하여
거룩한 돌 우림과 툼밈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그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사막과 바람과 해와 대화하며
마침내 천지창조의 신과 대화하는 능력을 주는 후견인이 되고 있다.
산티아고가 재림예수로서 인류를 구원하러 온 사람도 아닌데
하나님은 왜 그의 인생에 간섭하는가.
기독교의 하나님이 어떤 개인의 운명에도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산티아고의 경우는 지나친 특혜에 해당한다.
구약의 하나님은 처벌과 분노의 하나님으로 등장할 경우가 많다.
하나님이 홍수를 내릴 때 노아의 방주 외에
다른 생물에게 인정을 베풀었는가.
하나님은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간사에 초연하다.
하나님은 어디서나 존재하지만 여늬 부부의 잠자리를 훔쳐보지도 않고
필자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도와주지도 않았다.
하나님은 선악에 민감하지만 범사에는 무심한 법이다.
동양사상에서도 하늘(天)은 무심(無心)하며 불편부당(不偏不黨)하며
초연(超然)하다고 되어 있다.
하늘이 홍수를 일으킬 때 마음에 드는 이를 선별적으로 도와주거나
하늘이 계절을 바꿀 때 마음에 드는 이의 감기를 염려하여
운행을 늦추지는 않는 법이다.
산티아고의 개인적인 자아의 성취여부는 하나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의 소박한 꿈을 성취하는데 대제사장 멜기세덱이 엑스트라로 등장해야 되고
우림과 툼밈2)이라는 성물(聖物)을 산티아고의 소유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등장인물의 배역을 정할 때
너무 함부로 고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인공도 아니고 엑스트라나 지나가는 행인 역을
마론 브란도나 부루스 윌리스를 맡긴다면 우스운 일이 아닌가.
아무리 소설 상의 배역은 캐런티를 안 준다고 하지만
성서의 인물을 이렇게 남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경스럽다고 느껴질 지경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성경적 넌센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멜기세덱은 산티아고가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뉘우치는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오 주여 아옵니다.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라고 읊조린다.
이 말은 또한 전도서의 유명한 말씀이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라는 잠언의 한 구절을 멜기세덱은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독백도 사실은 넌센스이다.
다윗은 아브라함의 14대손으로서 B.C 1040년출생이며
아브라함은 B.C 2,000년 전의 사람이다.
즉 두사람이 살았던 시대의 갭은 1000년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아브라함 시대의 멜기세덱이 다윗의 전도서를 읊조리는 것은
마치 광개토 대왕이 훈민정음을 인용하는 셈이 된다..
소설가는 이래서는 안된다.
독자에게 대제사장이 천사가 되어 훗날 얘기도 다 알거라고
미루어 짐작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작가의 어설픈 성서지식으로 해서
성경이 왜곡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파울로 코엘료는 "마크툽"이라는 이상한 용어를 이야기 속에 등장시키는데
이 "마크툽"이라는 의미는 아랍어로 "그것은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어 있는 말이다", 또는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한다.
즉 이것은 모든 것을 기록한 코란의 교리를 위해 쓰여 진 말인데
파울로 코엘료는 엉뚱하게도 이 "마크툽"을
‘천지만물을 기록한 그 손, 천지창조를 이룩하신 그 손,
즉 하나님과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이르러 참 난감해진다.
코란은 구약과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종교를 넘나드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황당하다.
천지만물을 기록하고 천지창조를 하신 손, 기독교의 하나님을
굳이 마호메트교권의 잠언으로 상징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 소설에 제일 많이 등장하는 ‘표지’라는 단어만 해도
마크툽의 예정조화설로서 상당부분 설명되어 있는데
그 의미도 너무나 애매하다.
칼 구스타프 융이 설파하는 집단 무의식에서의 ‘표시’라는 개념을
파울로 코엘료가 차용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미국에서 비행접시, 즉 UFO의 이야기를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책이 사실은 거짓으로 밝혀졌는데 거짓이라고 밝혀지고서도
그 책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환상적이라 아쉬웠다고 한다.
재미있고 환상적이었지만 결국은 가짜였다는 말이다.
‘연금술사’도 비슷한 책이다.
파울료코엘료의 "연금술사“,
이 책이 민화의 탈을 벗고 최소한 소설로서 기본적인 구성이라도 갖출려면
멜키세덱을 그냥 은둔하는 선지자 풍의 노인 쯤으로 바꾸고
써먹지도 못했던 우림과 툼림같은 이야기는 전부 삭제하며
마술시범도 환상을 보는 정도만 보여주고
보물을 찾아내는 유치한 장면은 빼고
마지막을 다시 고향의 그 교회로 회귀할때
비로소 보물을 찾을 수 있다라고 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었어야 했다.
그러면 이 소설은 환상과 꿈만 남는 아름다운 소설이 된다.
보물을 찾는 꿈을 이루고자 용기있게 떠나는
인생의 행로 그 자체가 진정한 보물이며
실제로 보물을 찾고 안찾고는
그냥 동양화의 여백처럼 독자의 상상에 맞기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랬으면 파울로 코엘료의 넌센스 성서 지식이 안 들켜도 되고
소설가로서 기본적인 트레이닝도 못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었다.
현대라는 이 시대, 서양은 기독교의 이념에 피로해져 있고
동양은 불교가 산으로 갔으며 유교는 무너졌다.
기독교의 성인과 하나님은 ‘연금술사’와 같은 값싼 소설 속에
아무렇게나 등장하고 부처는 달마야 가자하면서
속된 영화에 마구 출연한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를 왜곡한 러시아 혁명이래의 공산권이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수장인 미국은 점차 세계의 깡패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인은 "이방인 뫼르소"로서 외롭게 사회에 던져져야하고
법은 "카프카의 심판"처럼 이미 대중의 것은 아니다.
현대인은 기댈 곳을 잃었다.
그래서 이런 가짜 책이 팔리는 것이다.
이 책을 현대의 고전이니 현대의 우화의 결정판이니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의 계보를 잇는 걸작이니 하는
많은 찬사가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2700만이란 초유의 베스트 셀러이며
내 생애 유일한 한권의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25년전에 읽은 어린왕자에서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말이 나온다.
어린 왕자는 말한다.
“꽃아 사람을 보았니”라고 ..
꽃은 대답한다. “몇 해 전에 몇 명 보았어, 그러나 그들은 떠나고 말았어,
그들은 바람에 휩쓸려 다니지, 사람들에게 뿌리가 없다는 것은
가장 나쁜 점이야“ 라고..
'어린왕자'가 파울료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
그래서 '연금술사'가 어린왕자보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이 되었다면
'어린왕자'는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꽃이 옳았어...사람이 바람에 휩쓸려다닌다는 말..
마음의 뿌리가 있다면
그런 바람에 안휩쓸려다녀도 될텐데..
‘연금술사’라는 바람...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이성의 뿌리는 진정 없었다는 말인가.
에잇..2700만이 미쳤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내가 미친 것으로 하자!!
주:
1)멜기세댁은 멜기세덱은 예수께서 이 세상에 육신을 입고 오시기 2000년 전인
아브라함 시대 때의 인물로서 그리스도를 표상한 인물이다.
구약 성경에는 단 두 군데밖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인물로 ,
아브라함 당시 ‘살렘 왕’이라고만 기록되어 있을 뿐
그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제사장이 되었는지 ,
그리고 ‘살렘’이 어느 지방인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2)우림과 툼밈이라는 말은 구약성서에 의하면 BC 14세기경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예리코성이 함락되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시대마다 대제사장에게 우림과 툼밈이라는 판결 흉패를 허락하심으로 승리하였다는 사실을
히브루 어로 기록할 때 나오는 말이다.
히브루어로 우르는 "빛나다, 밝아지다"라는 동사이며 우림은 바로 우르의 복수명사로써
"빛들"이라는 의미가 된다.
또한 툼밈은 "완전"이라는 명사 톰의 복수명사로써 "완전함"을 뜻한다고 한다.
이 말은 결국 하나님께서는 대제사장을 중심으로 주의 종들을 강단에 세울 때마다
그리스도의 빛과 창조와 구원과 생명의 빛을 강력하게 비추어 주시는 것이며
그 빛은 재창조를 일으킬 만큼 완전함과 동시에 반드시 성취되고 완성되는 것을 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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