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5)-평론을 마치며-
‘연금술사’는 구성과 메시지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파울로 코엘료의 풍부한 상상력은 놀랄 만 하다.
그리고 산티아고가 고향을 떠나 갖은 고생 끝에
보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지만 그 보물은
다시 고향으로 회귀해야 찾을 수 있다고 설정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구성에서의 많은 실수를
보상할만한 절묘한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그렇게 시끄러운 베스트 셀러가 아니었다면
필자는 아마 일독(一讀)을 권했을 런지도 모른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온 우주가 그것을 도와준다고 하는 메시지는
결국 신념의 마력이나 긍정적인 자기최면 효과가
인생을 개선한다는 시중의 처세술 책의 메시지와
별로 다를바가 없다.
그러나 진정 ‘자아의 신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오히려 우주나 자연, 그리고 운명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법이다.
"타자로부터 주어진 꿈"과
"멜기세덱"이라는 힘센 후견인과
"우림과 툼림"이라는 남이 안 가진 유리한 수단 ,
그리고 혼자만 판독가능한 "표지"와 같은 특혜
그런 것들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자아(自我)의 완성이 아니고
객아(客我)나 비아(非我)의 완성일 뿐이다.
‘연금술사’에서의 산티아고는 물론 고생도 많이 하고
보물찾기에 죽을 고비도 많이 겪는다.
그러나 마크 툽 같이 보물을 찾고야 말 운명이라던지
후견인과, 우림과 툼밈같은 성물(聖物)의 존재는
‘자아의 완성’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연금술사’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얘기이지만
산티아고의 특혜시비(?)와 자아완성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필자 과거 경험에서 느낀 바 한 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은 그만 두었지만 얼마전 까지 필자가 다니던 직장은
S대 출신이 70%가 넘는 먹물 꽤나 있는 사람들만 모인 그런 직장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부처의 상사 역시 S대 출신이었다.
그분은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주위의 세력균형이나
부하직원관리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형이었다.
그리고 출근을 정확히 하며 퇴근은 늦게 할 뿐만 아니라
그리고 부하직원의 독려를 위하여
일요일에도 간혹 직장에 나와
신문이나 보고 있는 그런 분이었다.
인사권도 모두 S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승진도 기수별로 거의 정해지다시피 하였으므로.
그 분은 마치 에스컬레이트를 타듯
시간만 지나면 착착 승진하였으며
두루 요직을 다 거치고 무사히 정년퇴임을 했다.
정년퇴임을 하고서도 현역 때 밀접히 관계했던
유력한 직장에서 다시 유력한 지위에 올라있다.
승승장구하는 인생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그의 분야에서 기여하는 바도 없었으며
주위의 존경도 받지 못하는 그런 인생이었다.
필자 역시 그분에게 배울 점도 못 찾았으며
존경하는 마음도 없다.
그는 S대출신의 선배들 이라는
‘멜기세덱’에 비견되는 후견인을 가지고 있었으며
일찍이 유학을 다녀와 첫 직장부터 고위층이 되고
‘우림과 툼밈’같은 인사권도 손에 쥐고 있었다.
승진 서열과 분위기 같은 출세를 위한 ‘표지’를
잘 관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인생은 ‘마크툽’의 의미처럼 출세가 미래 예견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마지막에 얻은 것은 ‘자아의 신화’였던가.
그의 인생은 스스로 인식하는 자아(自我)완성의 길이 아니라
남이 인식하는 자기, 즉 타아(他我)를 완성하는 길이었으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의 외면적 인생은 나날이 성공하고 있었지만
또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의 내면적 인격은 나날이 실패하는
그런 삶은 아니었을까.
현대는 자아실현에는 참으로 어려운 시대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인간의 소외, 조직 사회의 부속품, 물질 만능, 쾌락주의,
군중속의 익명성, 대중문화의 지배 등으로 하여
자기성찰과 개성추구가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현대인은 자아실현의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다.
‘연금술사’는 그 자아실현의 꿈을 제시함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수단과 목적에 대한 제시까지는 이르지 못한 작품이다.
늘 자아의 실현에 실패하는 필자가
‘연금술사’ 책을 덮으며 깨닫는 바는
작가의 자아나 주인공의 자아가
나의 자아로 대치될 수는 없다는 것.
책은 작가가 쓰는 것이고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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