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같이 여행에 참여한 동료들과 명소를 접하는 흥취와 감동이 달랐다는 것은
서로의 관심분야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옛사랑은 주로 역사 풍물에 관심이 있었다면 같이 간 동료들은 모두 명소의 풍광 쪽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지요.
옛사랑은 본래 전공 외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전쟁의 역사였습니다.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는 기간에 불과하다.”
이것이 어린 시절, 세계 역사를 보는 옛사랑의 역사관이었을 정도로 옛사랑은
세계전쟁사에 심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없다”에서 보이는 옛사랑의 한일 고대사도 사실은 그 뿌리가 한일 전쟁사에
대한 엣사랑의 짧은 지식에서 출발되었습니다.
전쟁사는 문명사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쟁의 역사를 알려면 문명의 역사를 알아야 되고 문명의 위상차가 전쟁을 일으키는
동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청동기 문화와 철기 문화의 대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결,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의
대결, 제국주의의 성립과 해양문화 등 전쟁은 문명의 위상차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오랫동안의 옛사랑의 전쟁관을 지배해온 원칙이라면 원칙이었습니다.
문명을 모르고서는 전쟁을 알 수 없고 전쟁을 모르고서는 문명의 역사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옛사랑식 문명관이었던 것이죠.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란 생소한 단어가 옛사랑에게 처음 각인된 것은
십자군 전쟁의 발발 원인이 두 문화의 위상차로서 인식되고 부터였습니다.
이번 유럽여행은 세상 사느라고 바빠서 잊혀졌던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제게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헬레니즘(Hellenism)은 헤브라이즘(Hebraism)과 함께 서양, 즉 유럽문화를 관통하며
서양문명사를 지배하는 양대 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헬레니즘은 헬라, 즉 그리스 문화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보통 BC 330년 알렉산드로스의
페르시아제국 정복에서 BC 30년의 로마가 이집트를 병합하기까지의 300년간을
시대범위로 합니다.
헬레니즘은 그 뒤 크리스트교가 지배하는 중세의 그늘에 가려 사라집니다만
15-16세기에 그리스, 로마 고전 부흥운동이란 이름하에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할 됩니다.
이번 유럽여행을 통해 옛사랑은 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본 고장을 주마간산 식
이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관심 있게 살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계 삼대 박물관이라고 하면 보통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주로 거론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옛사랑은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 그리고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 대신에 교황청의 시스티나 박물관을 보고 왔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나 제국주의, 대 항해의 시대에서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훔쳐온 보물들로 박물관을 가득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대해서는 런던 박물관은 별로 볼 것이 없고
그저 선사시대 유물이나 이차세계대전 때의 흔적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루브르와 시스티나 박물관은 그야말로 이 문제에 관한 한 엄청난
자료의 보고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모든 유적과 그림, 조각들의 보존 상태였습니다.
다빈치의 그림, 미켈란젤로의 천정벽화는 마치 어제 그린 것처럼 선명했으며
조각도 원형의 보존이 그렇게 잘 되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대의 공백을 느낄 수 없는 현실감이 명작의 감동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보는 시스티나박물관의 소장품들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구나 하면서 옛사랑은 정신없이 전시물을
바라보며 하나하나에 감탄했습니다.
루브르나 시스티나 박물관을 가기전에 옛사랑의 뇌리를 지배했던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선입관은 헬레니즘은 인본주의이고 헤브라이즘은 신본주의라는
간단한 도식이었습니다.
즉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각각 인본주의와 신본주의로서 대별되고 헬레니즘은
그리스에서, 헤브라이즘은 이스라엘에서 발원된 것이라는 상식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헬레니즘이 인간의 지혜가 바탕이라면 헤브라이즘은 하나님의 말씀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것과 기독교가 중세 내내 위력을 떨치고 있을 때
인문주의자들이 "고전으로, 원전으로!!"를 외치며 헬레니즘의 재생을 기도한 것이
바로 르네상스 (Renaissance)라는 이름의 문예부흥이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유럽 여행을 통하여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한 그 상식 그대로 였고 박물관 관람이 그것을 잘 증명했다면
유럽견문록 대신에.. 이 시간,
머나먼 연가에 매달려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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