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의해 그리스의 정신, 즉 헬레니즘의 세계화가 이루어 집니다.
그리고 헬레니즘이란 말은 “헬라스(Hellas)"사람, 즉 그리스(Greece)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체계화된 세계관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의 헬레니즘을 대표하는 것으로 그리스 신화를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 신화는 데카르트와 같은 중세 서구세계의 합리주의를 탄생시킨
고전중의 고전으로 칭송됩니다.
헬레니즘을 완성시킨 그리스 출신 학자들의 면모를 보면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어드(일리아스)”와 “오디세이(오디세이아)”를 비롯하여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역사,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히포크라테스의 의학, 기하학을 정리한 유크리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 등 찬란한 고대 세계의 석학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야말로 문(文), 사(史), 철(哲)의 인문학 뿐 만 아니라 다양한 과학의
영역에서 고대 그리이스 인들이 쌓아 올린 업적들이 모두 헬레니즘의 문명사적
성과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헬라의 학문적 공적을 바탕으로 전개된 것이
현재의 서구의 모습입니다.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대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습니다.
마케도니아의 필립2세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아들 알렉산드로스의 가정교사로
임명하여 13세의 어린 나이에 그는 일찍이 세계 최고의 철학고수 밑에서
수학을 받게 됩니다.
그는 위대한 정복자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철학자였으며 헬레니즘 학문에 대한
절대적 신봉자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세계를 정복한 동기는 다른 정복자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그는 영토를 확장하고 제국을 이루기 위해 정복원정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가 원했던 것은 제국의 완성이 아니라 헬레니즘에 의한 세계의 문명적 통합이
목표였던 것이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제는 그의 희망대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3개의 대륙을 정
복하고 최초로 동, 서양의 융합을 이루며 헬레니즘 문화를 세계화 시킵니다.
그러나 33세의 이른 나이로 죽는 바람에 제국은 분열되고 마침내 로마에게
멸망당하여 헬레니즘의 원조, 헬라 자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문명은 사라지지 않았고 로마에 전승되어 로마인에 의해
헬레니즘은 중세까지 그 생명을 연장시키게 되고 르네상스로서
다시 부할합니다.
이것이 현대 문명사에서 헬레니즘을 논할 때 일반적으로 거론되며 학교에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헬레니즘에 대해 오랫동안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았던 이러한
일반론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요.
헬레니즘은 헤브라이즘의 신본주의에 대응하여 세계의 중심에 인간을
내세우는 인본주의의 원류로서 한 점 의심 없이 믿어 온 이 사실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요?
헬레니즘이 인간을 중심에 놓는 완전한 인본주의라고 말하기엔 헬레니즘의
학문적 성과 속에 너무나 많은 신들이 등장합니다.
헬레니즘의 발원지인 그리스는 그리스 신화(神話)가 존재하며 헬레니즘의
문학 속에는 이 신화 속의 신들의 이야기가 메아리치고 있습니다.
헬레니즘의 정신적 뿌리로서의 그리스 신화가 모두 신들의 이야기입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어드(일리아스)”와 “오디세이(오디세이아)”에는
신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으며 그리스의 비극은 신들과 인간간의
비극적 플롯이 주요 주제가 됩니다.
사포의 서정시에도 신들의 입김이 서려있고 철학자 탈레스조차
“신은 우주의 정신”이며 “만물은 신들로 가득차 있다”고 외칩니다.
플라톤은 철학서인 “대화”에서 신에 대한 믿음과 경건함을 강조하고 종종
논리적 변증조차 보류하고 신화적 설명에만 몰두합니다.
아리스토넬레스 역시 철학의 최고 정점에는 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 중의 존재가 있으며 그 이름이 바로 신(神)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철학(Philosopia) 가운데 으뜸 철학이란 바로 “신에 대한 탐구”
즉 “신학(Theologia)"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헬레니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이것이 인본주의이다라고 할 만한 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헬레니즘이란 헤브라이즘과 대칭되는 인본주의라기 보다는
헤브라이즘과 병행하는 또 다른 신본주의라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인본주의는 사람, 즉 인간이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헬레니즘의 인본주의는 인간이 “중심에 있다”기 보다는 인간이
“소재가 된” 인간적 “신본주의”였던 것입니다.
인간이 소재가 된 것과 인간이 중심이 된 것은 다릅니다.
헬레니즘의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패러다임은 신화로서 번역되는 “뮈토스(Muthos)”이며
이는 당시에는 흥밋거리의 신화가 아니라 진실로 받아 들여 질 만큼
진지한 숭배의 세계였습니다.
신은 문학이나 전설 속에 있지 않고 현실에 나와서 활동하는 헤브라이즘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엄격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헤브라이즘의 유일신과 다른 점은 그리스의 신은 세상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범신론적 신이었던 것입니다.
로마도 그리스와 헬레니즘이 영향아래 범신론적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는 로마에 헬레니즘을 통해 범신론을 넘겨준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헬레니즘의 범신론이 그리스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헬레니즘을 지배한 신화와 범신론의 세계는 또 다른 알지 못하는 곳에서
건너왔다는 사실입니다.
헬레니즘을 무턱대고 인본주의라고 하는 것은 다시 교정되어야합니다.
그리고 헬레니즘의 이름 속에 감추어진 범신론이 어디서 왔는가를 찾아야 합니다.
헬레니즘은 인본주의 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로마가 그토록 숭배했던 헬레니즘의 고향은 그리스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유럽견문록은 몇 편 다시 연장됩니다.
헬레니즘의 뿌리를 찾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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