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생일 축하

뜰에봄 2011. 1. 30. 09:24

 

  어제 (음력 12월26일)이 남편 생일이었다.

남편은  어릴 때 어머님이 다른 형제들 생일은 다 챙겨 주시면서 자기 생일은 '며칠 있으면 설잉께

맛난 음식 많이 먹을 것인디...' 하시며 떡도 안 해 주셨다면서 결혼하고부터는  자기 생일을 챙겨주길 대놓고 요구해왔다.

내가 꽃가게를 하기 전까지는  해마다  부서 직원들을 불러  집에서 식사 대접을 했다.

결혼 전에 우리집이  엄마 택호 '화계댁'을 따서 <화계다방>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던만큼 나도 사람 끌이는데는

이력이 있는지라 그때는 귀찮은 줄 모르고 오히려 때다 하고 생일을 차려주었는데 지금생각하니 젊은 사람 생일을

그리 뻑적지근하게 차려서 남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회사 상관까지 부른 것이 참 어이없게도 생각된다.

꽃가게를 시작하고부턴 일에 지친 나머지 집에서 음식하는 일이 귀찮고 겁이 나서 생일 차리는 일에 반기를 들고 말았는데

그래도 남편은 몇 년 동안 생일을 앞 둔 보름 전 쯤 부터 ' 날 돌아 오는데 어찌할 것인가?' 하였다.

한번은 " 내 생일날 자양동 (두 언니들이 사는 동네)에서 온다 소리 안하더냐? , 안 오면 우리가 케잌 사서 쳐들어가자" 라는

소리를 해서 너무 기가 찬 나머지 웃음도 금방 안 나온 적도 있다.

그렇다고 그 잉간이 남의 생일을 아느냐 하면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울 아부지 기일과 같은 날인 마누라 생일은 물론이고,(아 참, 한 삼년 전부터는 아는 거 같음)

생일 마다 한번도 안 거르고 축하 전화를 하시는 우리 큰오빠 생일도 모른다.

 어제는 마침 토요일이라 언니들과 형부들이 안산으로 오셨다.

 

 

 

이천쌀밥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와서 케잌에 춧불을 켰다. 언니가 생일케잌은 거추장스럽고 두고 먹기도

안 좋더라며 실속있게 롤케잌을 사 왔다. (사실 남편은 케잌은 안 좋아하면서도 분위기상 케잌 위에 장식이 된 것을 더 좋아할 것임ㅋ)

아무튼 자기 생일 챙겨 준다꼬 흐뭇해 하는 저 표정 좀 봐라.

 

 

 

 

생일축하 노래는 부르는 중, 남편은 축하객보다 더 크게 손뼉을 치며 흐뭇해 했는데 그 모습에 다들 뻥 가버렸다는...

 

 

 

 

 

 

 촛불을 끄고서 바로 한다는 소리가 " 촛불을 끄는 모습을 찍어야 되는데 말이야~" 이다.

새로 불 붙여서 사진 찍자고 하면 충분히 그럴 사람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편이 찍힌 사진에 대해선  전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남편은 컴퓨터로 고스톱도 치고, 장기도 두고. 뉴스도 보고, 스포츠도 보는데 즐겨찾기 되어 있는 내 블로그는 물론이고

자기네 가족카페까지도 들여다 보는 일이 없다.

나에게 있어 남편은 죽을 때까지 연구대상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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