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산내님,배꽃님, 마당님과 같이 신불평원 억새 산행을 할 적에 내년 봄에는 연록색 봄물이 가장 아름답게
오르는 동판지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4월13일 자정 무렵에 가출을 했다. 일단 창원까지 가면 마중을 나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12시20분, 창원행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5시간 30분은 걸린다고 했는데 승객이 3명 밖에 되지 않은 탓에 중간에 휴게소도 안 들리고 밀리지 않은 밤길을 달린 탓인지
창원에 내리니 4시 40분밖에 되지 않았다. 6시에 마중을 나와주십사 했는데 ... 1시간 20분이나 남은 시간을 어찌보낼까, 하다가
택시를 타고서 가까운 찜질방으로 갔다. 창원 오는 버스는 다른 심야버스에 비해 좌석이 불편했는데 '심산유곡' 사우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일시에 풀어지는 것 같았다.
마당님 차를 타고 동판지에 이르렀는데 배꽃 여인은 우리보다 30 분 전에 도착해 있었다.
빈 배 한 척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올망졸망 제비꽃이 예쁘게도 피어있다.
새집을 달아 준 손길도 참 예쁘다. 그런데 저기에 새가 깃들까?
큰 사징끼, 작은 사징끼 번갈아 가믄서 찍으신 거 어서 좀 보여 주세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라는 말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아침에 오면서 처음 만난 강에는 물안개도 피었더랬는데 여긴 물안개도 잦아 들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사귀들이 너무 예쁘다. 마음같아서는 손으로 하나하나 쓸어주고 싶어진다.
산내님 일행은 우리보다 한 시간 쯤 늦게 도착했다.
강변길엔 어느새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고....
에공, 뒷모습을 몰카했더니 딱 들켜버렸나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듯이 카메라엔 카메라로 맞짱을 뜨시느만..
우리들 기척에 호기심 많은 광대들이 총 집합하여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아하니 쪼맨한 풀꽃이 저 여인의 발걸음을 붙드나보다.
집 뒤 야트막한 동산엔 대나무 숲이 있고, 소나무도 있고. 눈앞에 일렁이는 강물이 보이고.
집 앞엔 온갖 채소를 심을 수 있는 밭 한 뙈기가 딸린 집, 거기에 벚꽃나무 가지는 환한 꽃등까지 밝히고 있다.
저런 터를 골라 집을 지으면 참 좋겠다. 마당이 좀 넓으면 좋으면 좋으련만....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데
들은 거 맹쿠로 편하고 반듯하게 잘 다듬어진 마당님 등장.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풀 밖에 안 보이는 남의 밭에서 뭐하고 있노요?
가만히 보아하니 곳곳에 쌀밥 한 공기씩을 들이 부어 놓은 듯하다.
이 아저씨는 무릎을 끓고서 마악 카메라를 들이 댈 참이신가 보다.
이름도 예쁜 '봄맞이꽃'
땅속 요정들이 꽃폭죽 놀이를 한 것만 같다.
너무도 사랑스럽고 어여쁜 봄맞이꽃, 내가 꽃그림 낙서를 할 때 가장 먼저 그리게 되는 꽃이기도 하다.
그날 나는 가현맘에게 '샬랄라 공주'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사실 샬랄라 라는 왕국은 어디있는지 모름)
저 옷차람 좀 보소. 나는 짧은 바바리를 입으려다가 앗차, 그래도 야외인데 싶어서리 등산 조끼까지 껴입고 왔건만
가현맘은 예식장에 가도 될 만큼 샬랄라~~ 예쁜 차림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금세 친한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ㅎㅎ
갑숙이, 산내님 차에 실려 오기로 해 놓고는 자주 본 사이도 아닌데 쑥스러워 어쩌나, 걱정을 해쌓드만
상냥하고 붙임성 많은 가현맘에게 완전 넘어가 버린 것 같다.
작은 습지엔 창포인지 뭔지 모를 물풀들이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감나무 밭 위로 올라가면 동판지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런 여인이 또 있을까? 저 자세 좀 보소, 이 사진은 몰카로 찍은 건데 무심코 하는
일상의 동작도 예사롭지가 않다. 철새가 가버린 동판지에 백조 한 마리가 날아 들었다고나 할까? 그날의 분위기 메이커!
까치집이 네 동이나 있는 나무가 너무 멋있어 보여 가까이 가보려 했는데 개가 하도 짖어서 못 가보았음.,
시골집 마당에 꽃잔디가 곱다.
옛날 고향마을 감포댁 집 마당에 저 꽃잔디가 깔린 걸 보고 엄마가 그렇게도 부러워 하시던 생각이 난다.
'야야, 감포댁에 한번 가 보래이. 뭔 꽃이 마당에 좍 깔렸는데 얼매나 곱든동... 참말로 곱드라' ~ 하시면서
그 예쁜 걸 말로 다 표현 못해 조바심까지 내셨다.
물론 그 이듬해 우리집 마당에도 꽃잔디가 깔렸더랬다.
큰 나무 가지가 마치 아담한 나무 한 그루를 호위하고 있는 것 같다.
여유롭고 행복한 봄날을 꼽으라면 이 분위기가 떠오를 것 같다.
튜립 꽃빛이 참말로 곱다. 댓돌에 보라색 고무 스리퍼가 세워진 걸로 보아 아마도 할매 혼자 사시는 집인 듯 한데
할매는 마실을 가셨나, 아무 기척이 없다.
이 꽃은 볼 때마다 푸른 보석 한 줌을 확 뿌려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보석 채취에 열중하시는 산내님.
이제는 동판지를 떠나 또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안녕, 동판지의 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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