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 사당에서 아침 6시 50 분, 고향 초등학교로 가는 버스를 탔다.
2년마다 열리는 총동문회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선 떡과 물을 나눠 주고, 또 부침개와 술을 돌렸다.
인정많은 병헌이는 술 못 먹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우유를 따라 주었는데 다들 저게 우유를 위장한 술이라고
사양을 하는 통에 병헌이는 진짜 우유인데 왜 못 믿냐고 딱해하고 있다.
11시 가까이 되어서 버스가 학교 앞에 당도했다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 신록이 너무도 상큼하고 어여쁘다.
옛날 느티나무 아래는 하도 많은 아이들이 드나들어 땅바닥이 맨질맨질 한데다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덥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땅따먹기 하기에 딱 적합한 장소였다. 땅따먹기 하느라 해 지는 줄도 모르기 일쑤였는데 이젠 나무에 그네까지 매어 놓았는데도
풀이 수북한 걸로 보아 찾는 아이들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하기사 시골에 아이들이 있어야 말이지...
느티나무가 언제 저렇게 컸나, 새삼스러울만큼 가지가 쭈욱 쭉욱 뻗고, 우람해진 나무에 까치 집 한 채만 세 들었네.
파란 담장을 두른 교장 사택 뒤로 행사장 천막이 보인다.
교문엔 현수막이 내걸리고 운동장엔 옛날 운동회 할 때처럼 만국기도 펄럭인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본 병헌이라 얼릉 한 장 찍어 달라며 폼을 잡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고 있다.
아마 하루종일 저럴 것이다.
전날 비가 많이 왔는데 날씨가 개여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벌써 체육대회가 시작된 모양이다.
우리 동기들이 뛰는 차례. (태명이는 저렇게 달리기 해서 탄 코오롱 깔개를 내게 주었다)
옥희는 사진을 찍어서 cd에 저장해 놓을거라고 하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댔다.
'연순아, 지나고 보이까네 사진 밖에 남는 기이 없드라 . 하면서....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 모습,,
진태선배님과 해겨이
본부석에는 동네 아지매들이 앉아 있었다. 반갑고 정겨운 얼굴들이다.
사진 찍는 걸 보고선 브이를 그리는데 다시 찍지 않을 수가 있나?
남산댁이는 동생을 만나서 저리 반가워하고 있다.
오른쪽 연보오빠네 형님은 옛날에 앞 뒷 집 살았던 정이 남달라 '액씨야 참말로 반갑데이...'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 위인 선배 동문들께선 이렇게 단체 티까지 맞춰 입었다.
동문회 행사인데 적십자 봉사 모임에서 나와서 음식 치닥거리를 다 해 주고 있었다.
'한마음 체육대회' 는 동네 잔치이기도 하다. 동네 어른들이건 누구건 오기만하면 이렇게 음식 대접을 받는다.
학교 뒷 뜰 한 켠에는 고들빼기 한 무더기, 꽃이 곱다.
학교도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았는데 글쎄 전교생이 16 명이란다.
우리 다닐 때는 680 명까지 되었는데...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시골학교 학생 한 명은 서울에 있는 학급 한 학년 예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동생이 점심시간에 외가 동네를 잠깐 다녀 오자고 했다.
며칠 전 외사촌 오빠 초상때 가서 애기봄맞이꽃을 발견했단다. 학교 행사로 차들이 많아 다리있는데 주차를 해 놓은 모양이다.
외가 가는 길 산비탈 밭둑엔 조팝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차창에 대고 셔텨를 눌러 보았다.
박둑에 핀 한 무더기 애기봄맞이. 워낙 작아서 내 똑딱이 카메라로는 얼굴이 나오게 찍을 수가 없다.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으까? 동생도 날 따라서 인디카 야생화 동호회에 들어 오더니 이젠 꽃에 美親 정도가 중증이다.
양지꽃 한 무더기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밭 가엔 온통 꽃다지로 뒤덮혀 있다. 작은 유채밭 풍경이라 우겨도 될 것 같다.
동생이 애기봄맞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 걸어 본 조팝길..
봄물이오른 연두색 잎들이 참 신선하다.
돌복사꽃이 대번에 분위기를 화사하게 업 시킨다.
모든 풍경이 유정하기만 하다. 차창밖으로 내가 다닌 부계중학교 건물도 보인다.
동생 차를 탄 김에 운동장에 프라타너스 나무를 보고 올 걸....
저 멀리 홍매화 핀 풍경도 너무 곱다.
돌담 민속 마을로 지정되어 마을에 돈이 280 억인가 나왔다고 하더니 동네 입구에 이런 구조물까지 세워 놓았다.
저것이 억대가 넘는 작품(?) 이란다.내 눈에는 저게 있어 동네 입구의 고즈녘한 분위기와 청량한 솔밭 분위기를 망치는 느낌인데
작품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새는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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