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또 하나의 인연이...

뜰에봄 2011. 7. 29. 08:47

우연히 인터넷을 하던 중 어느 블로그를 알게 되고,

급기야 그 블로그 쥔장이 운영하는 카페에 가입까지 하게 되었다.

옹기에 미쳐서 옹기를 파는 여자에게 홀렸다.

혼자 밥 먹는 걸 즐긴다는 것 외에 옹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오래 묵은 거 좋아하고,

연장 좋아하고. 야생화 (특히구절초) 좋아하고, 의리관(?)이라든지 작고 뚱뚱하고 못 생겼다는 점까지 나하고 너무 닮았다.

사실 작고 뚱뚱하고 못 생겼다는 건 (사진으로 보아 ) 겸손에서 비롯된 뻥인 것 같다.

그이는 자기가 왜 옹기가 좋은지, 꼬질꼬질한 옛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맞어,  그 느낌을  어떻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나도 그렇다.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촌에서 지겹도록 보는 바가지나 소쿠리, 옹기, 오래된 나무결 같은 것들이

너무 좋아서, 그냥 좋아서 결혼 전에도 내 방에 할배 나막신이며 소죽바가지까지 늘어놓고 지냈다.

뭐가 씌였으까? 그런 것을 보면  고향집 군불 지핀 아랫목에 앉아 있는 듯이  절로 마음이 녹작지근하게 풀리면서 편안하다.

그래서 사들인 , 크고 작은 옹기가 솔찮이 많은데 새우 젓독만도 열 개가 넘는다.

  만약에 골동품이 많은 피박님네 집에서  유명 작가가 빚은 (삼천 만원을 홋가한다는) 달항아리와

 제주인이 사용하던 작은 옹기를 두고 어느 거 하나를 가지라면 나는 옹기를 집을 것이다. (그럴 리가 없기에 하는 말 아녀라)

 

 알고보니 그 여자가 옹기를 늘어 놓고, 茶도 팔고 밥도 파는 집 (소소원)은 내가 모르는 집도 아니었다.

지난 가을 수원 만석공원에서 새마을문고 한마당 축제를 할 때 공원 한 쪽에 있는 수원 미술 전시관을

돌아보고 나오다가   길 건너편 가게 앞에 놓여진 솟대와 옹기에 이끌려 가 봤던 곳이었다.

가게 분위기며 물건들이 예사롭지 않아~ 그 분위기에 홈빡 빠져서 둘러 보다가  

높이가 한 뼘 조금 넘을까 말까한 곤쟁이 젓독을 발견하고 헉~ 숨이 탁 멎었다. 하여 사려고 들었다가

삼십 마넌이란 금액에 간신히 단념을 하고 말았는데  아직도 그 곤쟁이 젓독이 눈에 삼삼한 지경이다.

 

  내리 이틀을 풀방구리에 쥐새끼 드나듯이 그 여자 카페를 들락거리며

 그 여자 이야기와 옹기며 오래된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에 폭 빠졌더랬다.  

 그 여자가 종이에 써서 (쓰는데 일 분도 안 걸린다는...) 붙여 놓은 글들은 마치 툭툭 지나가며 흘린  말 같은데도

그 깊이가 예사롭지가 않다.

어느 정도 분위기를 훑고 나니  그 여자와  급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나같은 사람이 따라잡기엔 택도 없는 수준의  내공과 포스가 느껴져서  다소 쭐리기는 하지만

내 나이가 소위 배운 년 안 배운 년, 잘난 년 못난 년 구분이 없다는 나이가 아닌가,

급기야 그 여자에게 ' 저하고 좀 사귑시다 ' 문자를 날렸다. (소소원 안내 전화번호를 참고하지 않았갔어 )

아무리 내가 사람한테 잘 반하는 하지만 이러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어라?  돌아 오는 답장하구선 ' 저 눈 높습니다'  ' 간 좀 보구요' ....뭐 이딴 말 들이다.

ㅍㅎㅎ....지가 눈이 높아 봤자 눈썹 밑에 달렸을 터, '얼릉 그럽시다 까짓거, ' 하랬더니

그제서야 순순히 그러겠다 하구선 자기의 가증스런 글에 내가 낚였다며 실수한 거란다.

 여덟 차례 문자를 주고 받으며 친구 먹긴 했는데 누가 실수 한 건지, 왕건이를 낚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또 하나의 징한 인연이 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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