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구정 때 잠바 차림의 평범한 중년남자가 꽃집에 와서 시골에 사시는 자기 어머니가 꽃을 너무 좋아하신다면서
이것 저것 인조화꽃을 골라서 사 간 적이 있는데 얼마 전에 또 들러서 거실에 세워놓을 용도로 꽃꽂이로 하여
충남 예산에 계시는 어머니 집으로 택배로 부쳐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리고 꽃은 전문가가 더 잘 알 거니까 알아서 해 달라며 돈을 20만원 맡겼다.
꽃을 화기에 꽂을 경우 부피가 있고, 원형을 망가뜨리면 안 되는데 마땅한 박스도 없는지라
참으로 난감하긴 했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하도 갸륵해서 어쩌든지 한번 해 보마고 하였다.
연세가 88세 라고 하니 고상한 꽃보다는 산뜻한 꽃이 좋을 것 같아 눈에 띄게 삼빡한 자목련꽃을 골랐다.
통은 깨지기 않은 양철통으로 맞췄다.
요즘은 제대로 신경써서 만든 인조화는 하도 비싸서 노오란 산수유 꽃가지 한 가지만 해도 만원이 훌쩍 넘는다.
다 해 놓고 보니 택배로 보낼 일이 참으로 난감했다.
차에 직접 싣고 가면 좋으련만....꽃을 주문한 분은 일이 바빠서 고향에 가려면 한참 있어야 된다며 어서 어머니께 보내드려 기쁘게
해 드릴 생각으로 조급증을 내었다. 운전이나 할 줄 알면 내가 직접 갖다 주고싶은 마음이었다.
할 수 없이 조금이라도 길이를 줄여 볼 양으로 맨 윗 가지를 구부리고 난 뒤에 뽁뽁이로 둘둘 감았다.
그러고나서 비닐뭉치로 다시 둘둘 감았다.
바나나 박스를 구해가지고 펴서 테이프로 붙인 후에 박스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꽃을 눕힌 뒤 위를 덮어 씌우고 철물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서 테이프로 동여매어 완성!
(그 완벽한 포장 사진을 찍어서 보여 드렸어야 하는데....)
택배아저씨에게 물품 사연을 말씀드리며 잘 다뤄 주실 것을 당부드리고. 택배비로 만원 내고 거스름 돈도 안 받았더니
택배아저씨도 감동 먹은 듯, 매직으로 조심조심 다룰 것을 박스 겉바닥이 빡빡하게 적어 주셨다.
다음 날 택배를 받으신 어머니께 구부러진 꽃가지며 일그러진 꽃송이 펴는 법을 알려드릴 겸 전화를 드렸더니
안전하게 잘 왔더란다. 꽃 박스 안에 커다란 홍삼 캔디도 한 봉지 넣어 드렸더니 사탕 보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거듭 하셨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신다고 , 그것도 아들이 그렇게 꽃을 챙겨 보내는 마음이 하도 예뻐서 뭐라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에
다음에 예쁜 꽃바구니 하나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우리 엄마는 마당에 꽃이 만발했어도 방에 꽂이 꽂혀있지 않을 때가 없을만큼 꽃을 좋아하셨는데....
꽃 없는 겨울에 보시게 인조꽃이라도 꽂아 드릴 걸,,,, 꽃장사를 하면서도 그 생각을 왜 못했을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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