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에 앵두나무 님 내외분이 오셔서 잠깐 밥 먹으러 간 사이
옆집 도장가게 종임씨가 전화로 누가 꽃 사러 왔다면서 후리지아 값을 물었다.
후리지아 꽃은 작은 다발 다섯 개가 한 다발로 묶여져 나오는데 나는 으례히 그 한 단을 말 하는 줄 알고 12,000 원이라고 했다.
가게에 와 보니 작은 묶음 한 단이 12,000 원 인 줄 알고 글쎄 두 단에 24,000원 받고 팔아 놓았다.
5천원만 받아도 되는 것을...
더구나 사 간 사람이 학생이란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꼬?
학생이 간도 크다, 그 작은 꽃 묶음이 12,000 원이라는데도 사 가다니 ...
하기사 어른인 종임씨도 그렇게 알았는데 그 물정 모름을 어이 탓하랴.
종임씨는 전에 내가 없을 때 24,000원짜리 화분을 만 원에 판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아무 내색도 않고
맞게 잘 팔았다고 하였다.
누군가 싸게 사 간 행운을 누리고, 예쁜 꽃 보면서 행복해 하면 되지 뭐, 암암리에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눈꼽만치도 억울한 생각이 안 든다.
그런데 그것도 부모 용돈을 타 쓰는 학생이 5000원 줘도 충분한 걸 24,000 원이나 주고 가다니
이건 정말 해도 너무했다.
대뜸 후리지아를 찾았다는 걸 보면 누군가 후리지아 좋아하는 사실을 알고 후리지아 꽃을 선물하려고 했으리라.
그 작은 한 다발에 12,000원이나 하기에 더 푸짐하게 사지 못해 안타까웠으리라.
다음에 그 학생이 또 후리지아를 사러 우리 꽃집에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푸짐한 꽃다발을 받아들고 '전에는 열라 비쌌는데...' 라는 말을 꺼내면 바로 되돌려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