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9일 화천여행은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앵두나무님이 나, 차사랑, 우화의강 님을 초대해서 함께 점심이나 먹자고 했는데 다음카페 <여행 ㅡ바람처럼 흐르다> 에
화천 비수구미 마을을 찾는 여행정보를 보고 부랴부랴 일정을 바꾼 것이다.
다행히 네 사람 다 갈 수 있는 형편이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비수구미 마을은 내가 오래 전 박종인씨가 펴 낸 '다섯가지 지독한 여행이야기'에 나온 '비수구미 마을 사람들'을 읽은 후부터
막연한 그리움을 품게 되면서 <언제든 가리 >라고 작심 해 둔 곳이었다.
거기다 <여행 ㅡ바람처럼 흐르다>의 운영자이신 무심재 '이형권 시인께서 쓰신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오지마을과 강변풍경 '詩'와
비수구미 마을 외에도 들린다는 '화천강 푼푼다리, 꺼먹다리, 산소길, 감자꽃 망초꽃 풍경' 은 떠나기에 앞서
마음을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오지마을과 강변풍경 /이형권
내 마음의 유월은
망초꽃이 피는 계절
먼산에서 느리게 뻐꾸기가 울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자리에는
지천으로 망초꽃이 핀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랑이 머물다 간
폐허 위에 피는 꽃
유월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망초꽃을 따라 흘렀다
산모퉁이 옛 절터였을 것이다
쓰러진 농가의 마당이었을 것이다
어두워져가던 저녁 강변이었을것이다
망초꽃이 핀 자리는
향기도 없이
허전한 이야기들만 가득하다
해산령 너머
오랑캐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파로호 골짜기 비수구미
적막한 산중에 뻐꾸기가 울고
망초꽃이 피어서 서글퍼지는 날
망초꽃을 찾아 떠도는
나그네 몇이
그리움처럼 머물다 간다
아홉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었다는 비수구미 마을엔 궁궐 건축용 소나무 군락을 베어내지 말라는 조선시대의 금표(禁標)~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古未禁山東標)"가 인근 바위에 새겨져 있어 "비소고미"로 부르다가 "비수구미"가 되었다는 말도 들리지만
비수구미(秘水九美)는 신비한 물이 만든 아홉가지 아름다움’ 이라는 뜻이란다
해산령 에서 출발, 임도처럼 닦여진 길을 걸었다.
이렇듯 평평한 길도 있었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형태로 이어진 길이라 길이 만만치 만은 않았다.
앵두나무님과 나는 제일 뒤에 쳐졌는데 걸음도 느렸지만 나무 지팡이를 마음에 찰 때까지 몇 개씩이나 만들었던 탓도 있다.
저런 곳은 풍덩 뛰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가장 늦게 쳐졌는데 개울 건너편으로 보이는 집에는 먼저 온 일행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점심 식탁에 차려진 반찬이다, 산나물이 여덟가지이다. 그리고 왼쪽에 놓인 찬반 가운데 있는 반찬은 멸치처럼 보이나
그 동네에서 지난 겨울에 직접 잡아서 말린 빙어라고 했다.
여기가 과연 오지마을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점심도 맛있고, 집도 훌륭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잠시동안 개울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계곡물은 생각보다 차지않고 미지근했다.
모자에 꽂은 개망초꽃이 이뻐서....
그 집을 나와서 배를 타러 가는 길이다.
이 곳에도 가뭄이 심한 듯 개울물이 조금 밖에 없다.
무슨 공사를 하는지 커다란 장비로 들어와 있다.
배 타는 곳이다. 여기는 정기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박집에 부탁을 하면 실어 준다고 한다,
차사랑님과 우화의강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강언덕에는 메꽃이 피어 있었다.
강가에서 기념사진, (무심재 님께서 찍어 주셨다)
모터 보트를 타고....(너무 시원하고 좋았음)
한 손으로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내공이 놀랍다.
우리가 건너 온 강이 파로호인데 국전쟁당시 중공군 3만여명을 전멸 시켰다는 승전보에 고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한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破虜湖)라고 명명했단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당도한 비목공원.
꽃다운 청춘을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간 무명용사를 떠올리며 속으로 가만가만 <비목> 노래를 불러 보았네.
꽃도, 사람도 풍경으로 피어나고...
여기가 평화의 댐이다.
평화의 종인데 엄청나게 크다.
' 평화의 댐 ' 에 대해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써 가면서 너무 재미있게 설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좋은 시절이었던 듯...
▲. 교각은 일본이, 철골은 러시아(옛 소련)가, 상판은 우리가 세운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근대문화유산이다
꺼먹다리(등록문화재 110호)와 만난다. 1945년부터 건설된 다리로, 목재 상판에 칠한 검은색 타르 때문에 이름지어졌다.
꺼먹다리는 3개국의 손을 거치며 완성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교각은 일제가 세웠다. 해방 뒤엔 러시아(옛 소련)가 철골을 올렸다. 그러다 한국전쟁 후 우리의 손으로 상판을 올려 완공했다.
쨍쨍하게 더운 한낮도 지나고, 계곡을 타고 나온 바람도 시원하여 다리위를 걷기가 딱 좋다.
다시 개망초가 핀 길로 접어 들었다.
버찌를 따는 중임.
우와~ 개망초 밭이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우르르 개망초 핀 밭으로 몰려갔다.
개망초는 귀화식물로 어디서나 잘 자라고, 순식간에 번식해서 농민들에게는 골칫거리 잡초이다.
이 밭을 점령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안다. 오죽하며 이름을 '개망초' 로 지었을까?
하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꽃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다.
돼지풀도 번식력이 좋아 이 땅을 잠식하는 정도가 여간 아닌 모양이다.
다시 강가로 와서...
* 너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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