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그녀가 뮤트에데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우리 꽤나 오래 끌었죠. 보통은 이렇게 오래 끌지 못한다는데..이런 식의 관계는
보통 6개월, 1년이면 끝난다는데 말이죠. 우린 잘도 버텨낸거죠. 그 비결이 뭘까요?”
그때 뮤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환타쥐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벌써 벌써.. 아니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을 테지요.”
환타쥐는 한숨 쉬듯 말했다.
“그건 그래요..”
그녀는 젊고 아름답고 지성적이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 만한 여인을 연인으로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뮤트는 힘든 투병생활 중이었으므로 그녀의 관심에 본의 아니게 초연할
수 밖에 없었다.
뮤트가 그녀와의 적극적인 연애를 일찌감치 포기한 효과는 거꾸로 그녀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어차피 오래가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좀 무례하게 대하다가 깨져도
밑질 것 없다라는 막장버전이 뮤트에게 엉뚱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녀는 자기의 구애를 계속 방관하는 뮤트의 행동에 어떤 초연함과 카리스마를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자존심이 강했으나 뮤트에 대한 지적 숭배 때문에 그의 의도된 무관심에
반발하면서도 전체적 기조는 순종성을 유지했다.
뮤트의 음란한 수작도 그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녀는 그런 류의 음란한 대화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녀의 단호함을 보고 뮤트는 그녀에 대해 여러 가지 성적 도착 증세에 해당하는
많은 음란한 수작을 포기했지만 한 가지 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누드를 가감 없이 사진으로 찍어 보여 달라는 엉뚱한 주문이었다.
그녀는 냉소했으며 “그런 류의 누드라면 인터넷에 넘치고 넘치는 것이 누드며
음란 사이트이므로 그런 욕구는 그런데서 충족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뮤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 이상한 주문을 교묘히 위장시켜 무슨
고차적인 지적 논쟁의 대상으로 유도해 보려고 애를 썼다.
프로이드의 유아 성장단계론이 불안정했을 때 이런 도착증세가 나타난다는 둥
열등의식에 의한 가학증상으로 설명가능하다는 둥,.
이것도 저것도 안될 때는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둥..
뮤트는 황당한 논리를 들이대며 현재 뮤트가 하는 행동이 그녀에게 단순한 욕정으로
비치지 않도록 계속 교란하고 있었다.
그녀는 뮤트가 나열하는 이상한 논리에 계속 머리를 저었으나 뮤트가 “이러한 성적(性的)
탐구도 지적 탐구에서 중요한 영역”이라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충족”이라는 부분에서는 냉소하던 그녀가 “탐구”라는 것에는 약간 진지해졌다.
성적 욕구는 충족되면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나 지적 탐구의 욕구는 충족되면 어떤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된다.
그녀는 현재 뮤트의 성적 충족 욕구는 불순한 것이지만 지적 탐구 욕구는
순수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어찌 되었건 어느 모티브에선가 그녀의 태도가 약간 달라졌다.
뮤트는 그의 단순한 욕구를 계속 탐구 욕구로 위장하면서 꾸준히,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를
헷갈리게 했을 때 어느 순간 희미하게 그녀의 태도가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뮤트의 억지이론에 깜박 넘어간건지, 아니면 넘어가 주는 척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고민하고 힘들어 한 끝에 마침내 그녀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뮤트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는 상황까지 발전한다.
황당한 논리에 넘어갔다기보다는 뮤트가 자기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도 못 들어주느냐고
계속 떼를 쓰는 것에 지쳤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그 정도 요구도 못 들어 주면 우리 이런식으로 만나며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협박도 그녀로서는 걱정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어쨋든 뮤트는 그의 단순한 욕정을 복잡한 논리의 문제로 위장하여 그녀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고
그러한 그의 불순한 저의는 마침내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부분적 성공이라는 것은 그녀가 제시한 어떤 조건의 충족이라는 단서 때문이었는데
단지 그 조건은 “자기 개인적 상황의 문제이기 때문에 알려 줄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뮤트에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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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뮤트님이 보았으면 좋았을 뻔..
그저께 밤 9시경이였어요...
비도 슬쩍 그쳤길래 아파트 주변을 슬슬 돌았답니다.
늦은 밤에 웬 산책이냐구요?
뮤트님이 맨날 이상한 소리만 하시니 괴로워서 산책이나 나간거죠.
여름바람이 시원한게 산책하기에 좋더라구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3층짜리인데 계단이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고
계단은 간격이 약 15cm쯤 좀 넓은 편입니다.
제가 우연히 지나가다 계단을 쳐다보게 되었답니다.
한 백인 여자가 계단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더군요.
근데!!!
그 여자 옷차림이 하얀 긴 티셔츠를 입었고 밑엔 팬티만 입었어요..ㅎㅎ
제가 밑에서 정면으로 봤답니다.
볼려고 본게 아니라 우연히 눈에 띄게 된거지요.
황당해서 얼렁 서둘러 그 앞을 지나쳤죠.
몇 발자국 지나서 제가 무슨 생각한 줄 아시나요?
" 움마~~ 저 모습 뮤트님 보여줌 좋아했을텐데..“
이런 생각했어요.
어이없는 생각이죠.
요즘 뮤트님이 그 황망한 소리에 제가 노이로제 상태입니다.
또 한 번 볼 기회가 있으려나 하고 다시 그 계단으로
왔을 때 그 여자는 벌써 사라졌지요.
다시 가보기는 왜 가본다는거야..
나 마저 이러다니...
이게 다 뮤트님 때문에 생기는 동반 이상증상입니다.
뮤트님은 이래 저래 골치아픈 분이세요.
PS: 음란한 주문이 계속 될 그 즈음 어느 날의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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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뮤트님이 저한테
누드 이야기..
그리고 농도가 지나치다 싶은 이야기를 할 때마다
화도 나고 스스로가 좀...비참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있을까...
다른 여자들에게는 저러지는 않을 것인데
왜 저리 나한테는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가 있을까 싶네요.
아무리 제가 쉽고 만만해도
다른 여자들한테는 안하면서
왜 유독 나한테만 저럴까 싶네요.
뮤트님은 제 심정같은 건 전혀 고려안하죠?
제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떤 느낌일지 잘 모르죠?
부인이나 조교에게도 그런 말은 안하자나요..
까무러칠걸요.....
왜 저는 헤아려주지 않을까요..
어찌보면 단세포 동물같고
또 어찌보면 너무 복잡한 분 같고....
저는 뮤트님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도
지저분하거나 질 낮은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합니다.
그러나 절 좀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s: 요즘 그녀의 메일을 정리하느라 바쁜데..
음란한 수작을 두고 원망하는 내용의 편지를 한통 더 발견...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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