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너먼 연가(31)-연애시 보내기-

뜰에봄 2011. 1. 3. 05:03

 

그녀가 준비한 두 번째 순서는 연애시 보내기였다.

그녀는 어느 날 부터인가 요상스런 연애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유명한 시도 있고 처음 보는 시도 많았는데 군데 군데 자작시로 보이는 시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그녀는 문학도 답게 자기가 지은 시라고 뮤트 더러 읽어보라면서 감상평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연애시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뮤트는 그 시에 대해 이것도 시냐고 아주 혹평한 적이 있었다.

뮤트는 시의 조건으로서 시를 읽을 때 어떤 음악적인 내재율이 존재해야 되며 선택하는 어휘가 비약적 요소를 감추고 있어서 산문과 구별되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녀의 시에는 그런 요소가 없어 너무 밋밋하며 음악적 율조도, 시각적 영상미도 없고 건축학적 구성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흥!! 자기도 함 써보라지..”하며 자기 시를 인정해 주지 않는 데 대해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한 번의 감상평이었는데도 다음부터 부치는 그녀의 시는 뮤트의 취향에 맞는 심금을 울리는 시로 변해 있었다.

 

제목: 코스모스

 

그대와 나

우리 만날 수 있을까요

 

시간은 내 그리움이 살기에

너무 넉넉하고

공간은 또 내 추억이 머물기에

너무 큽니다.

 

이 시공의 교차로에서

 

그대와 나

우리 만날 수 있을 까요

 

시간의 앞에서

내 그리움으로 사는 그대여.

 

시간의 뒤에서

내 추억으로 사는 그대여.

 

코스모스가 피면

가을을 앓으며

가슴에는 그리움으로

흐르는 눈물로

가득합니다.

 

그대여

그리운 이여.

 

살다 살다

혹여 우리 못 만나더라도

 

코스모스를 보면

제 그리움을 생각하세요.

 

코스모스를 보면

제 눈물을 생각하세요.

 

이런 시는 그녀의 실력치고는 꽤 잘 지은 시로 보인다.

 

연시를 보내올 때 즈음에는 카페의 글에서 뿐 만 아니라 핸드폰, 메신저 등 여러 수단을 통하여 그녀와 대화하고 카페나 메일을 통하여 서로 사진도 부치기도 하는 등 서로 많은 소통이 있었다.

외면적으로는 그녀에게 사랑이 없는 양 무덤덤하게 위장하고 있던 뮤트에게도 그녀의 사탕 같은 연애 시는 너무도 달았다.

얼핏 “ 또 사랑인가..”하며 그녀에 대해 약간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 즈음 사랑은 이제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닌  양방향의 교감 쪽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 당신과 약속 없이 만난 사이지만

당신을 만나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사랑으로 나의 고독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내 침묵이 강물처럼 흐른다 해도

당신을 만나 기다리는 법을 배우며

그리움으로 나의 고독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나, 당신에게 부족한 마음일지라도

당신을 만나 아낌없이 주는 법을 배우며

드림으로 나의 고독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내 눈물이 빗물처럼 가슴을 타고 흐른다해도

당신을 만나 마음 나누는 법을 배우며

기댐으로 나의 고독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시도 사랑의 효과를 잘 표현한 시..

 

그녀는 자작시외에도 유명시인들의 연애시를 수도 없이 보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종환 시인의 시도 많았는데  “접시꽃 사랑”이란 시집이 뜰 때부터 뮤트는 그 분의 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뮤트는 도종환 시인의 시는 부치지 말라고 잘라 말했으며 그 말 이후 그녀가 부치는 이 메일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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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도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그대는 아는가/ 이정하

 

그대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사랑의 포로/손희락

 

잠시 떨어져 있다고

그대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대 곁에서

함께 있다고

마음을 놓고서

행복에 젖을 수도 없습니다.

 

함께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긴장의 연속이지만

사랑의 포로된 것은

행복입니다.

사랑하겠습니다.

봄바람에 떨어져

길거리에 뒹구는

초라한 꽃잎이 될지라고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기에

사랑의 포로 되어

한세상 살다 가겠습니다.

 

 

별 하나/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든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 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 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게요

 

 

 

 

뒤늦은 사랑/이정하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아주 잠깐 햇빛을 받아 빛났다.

 

기억한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을.

스쳐 가는 반짝임으로

그대가 내게 머물던

그 황홀했던 순간을...

 

언제나 늦었다.

빛은 잠깐이었고

어둠은 너무 길었다.

 

사랑이라 깨달았을 땐 이미

넌 저만치 가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다.

 

 

달도둑/  김용화

 

밤마다 밤마다 내가

아름다운 저 달을

 

조금씩 조금씩

베어 먹는다는걸...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달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는걸...

 

 

허기진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는다는걸...

 

하얀 그리움이 달이 된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ps: 그녀 편지 글 맨끝에 김용화란 시인의 이름이 붙어있음을 발견.. 

      그녀는 시 제목과 시인의 이름을 항상 앞에 쓰는데 맨 뒤에 기록된 관계로 못보았습니다 .

      이 시는 그녀의 자작시가 아니라 김용화시인의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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