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이다. 예천에서 이틀 밤을 머문 숙소에서 나와 떠날 채비를 차린다.
오늘 목적지는 봉화 청량사를 둘러 보고 집으로 가는 것이다.
시원스럽게 뚫린 길을 달린다. 휴가철인데도 차량이 뜸하다.
청량사 아래 입석바위 옆 주차장에서 내려 나무 계단으로 올라 청량사로 가는 길을 택했다.
산길인데도 옆으로 완만하게 나있어 산보하는 수준이었다.
아래 일주문을 통해서 가는 길은 넓고 포장이 되어 있긴 해도 너무 가팔라 훨씬 더 힘든다.
두 명의 형부와 남편은 길 옆에 있는 정자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우리 여형제들만 다녀 오라고 해서 우리끼리 올랐다.
큰 형부는 다리가 아프다고 하고, 남편은 회사에서 세 번이나 와 본 곳이라 더 볼 필요가 없다 하고. 둘째 형부는 원래 산을 좋아하는데도
두 동서가 안 가니까 안 따라 나서는 것 같았다.
우리 형제들은 뭐 한 가지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쓰는 반면에 남자들은 더운데 다니는 걸 꺼려 하고, 뭘 봐도 심드렁해 하는 통에
번번이 여행기분이 잡쳐졌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여행을 즐길 줄도 모르는, 여행할 자격도 없는 한심한 사람 같으니라구, 다시는 같이 오나 봐라~ 우리 삼 형제는
각자의 남편을 향해 불평(솔직히 말하면 욕)을 늘어 놓으며 아름다운 산길을 걸었다.
산모퉁이를 돌자 제일 첫 번째로 <산꾼의 집> 이 나타났다.
둘째 언니가 텔레비젼에서 봤다고 반가워했다. 저 집에 사는 이가 아홉가지 약초를 넣고 달인 차를 산꾼들에게
공짜로 제공하고, 산악구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문이 잠겨 있었다.
이 산중에서 빨간 우체통을 보다니....
울타리 넘어로 들여다 본 산꾼의 집엔 별별 골동품들이 널려 있었다.
절집이 빤히 보인다. 조금만 더 가면 되네.
기와를 저렇게도 이용한 게 기발해 보여서...
우람하고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바위산 아래 깃들듯이 지어진 절집도 참 아름답다.
요즘 보기 드문 공중전화를 이 산중에서 보게 되느만.
큰언니는 손녀 손톱에 물 들여 준다며 봉숭아 꽃잎을 줍고 있다.
나무통에 심은 채송화, 다 피면 정말 예쁠텐데...피지 않아 유감이다.
나무계단 옆탱이에 주름잎이 탐스럽다. 반갑다 야들아! 허리 한번 굽혀 주고...
탑 가까이에 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했는데 햇볕에 단 바닥을 맨달로 다니느라
뜨거워 혼났다.
나무에 홈을 파서 채송화를 심을 생각을 어찌 했으까? 채송화가 활짝 피면 보석같지 싶다.
그런데 왜 지금 안 피는거야? ㅠㅠ
저렇게 이어서 고정시켜 놓았다.
아하~ 여기가 바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찻집이구나.
사실 내가 평소 청량사 오고 싶었던 건 저 찻집 이 이유이기도 했다.
사진으로 찍어 올린 간판을 보고 반했는데 실제로 찻집 분위기는 별로다,
찻집 천정엔 우리나라 전통등이 매달려 있다.
1미터 높이 될까말까한 쪽문이 마음에 든다.
안심당 (찻집)아래 연못.
내려 오는 길이 이렇듯 가파르다. 사람들이 산길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안 왔던 길로 가봐야지 하고 고고씽~
철철 흘러 내리는 계곡 물소리도 좋고, 숲도 싱그럽다.
가녀리고 고운 아이. 니 이름이 뭐였더라? ㅡ 그래 맞어 '가는장구채'
계속 계곡을 끼고 가는 내리막길이라서 이런 작은 폭포가 수도 없이 많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산에서는 더운 줄을 몰랐는데 골짜기를 벗어나니 훅 더운 김이 퍼붓는 듯하다.
돌아 오는 길에 이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 토피어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저 토피어리는 참 예쁘다.
이 아그들도 이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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