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이웃

뜰에봄 2012. 4. 18. 08:52

그저께 옆 집 인숙씨가 대부도까지 가서 캐 온 냉이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현관 문고리에 걸어 놓은 걸 남편이 출근하면서 발견하고 마루에 틱 던져놓고 갔다.

그런 줄도 몰랐는데 ...나중에 인숙씨가 전화로 알려줘서 알았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벨 누르기가 쉽지 않더란다.

몸살 중이라 입맛이 없는 터에 냉이국을 끓여서 잘 먹었다.

너무 고마워서 나는 22층 정윤엄마가 갖다 준 참외 봉다리에서 두 개를 꺼내 갖다 주러 갔더니

아무도 없길래 인숙씨와 마찬가지로 비닐봉지에 담아 문고리에 걸어 놓았다.

 

  인숙씨는 나보고 언니라고 부르며 가끔 남편이 회사에서 키운 상추같은 걸 나눠준다.

전형적인 도시여자 답게  깎듯하고, 빈틈이 없다.

  처음 이사 왔을 무렵,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왔는데 한번은 아파트 문서 네 개를 보여 주며

 부동산에 투자를 해야 돈을 번다는 사실을 주었다.

부동산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겠다고 하더니 학원에 다녀 공인중계사 자격증도 땄다.

내가 부러워하자 나에게 몇 번 코치도 해 주었는데 그런 면에 있어 간도 작고, 의심도 많고,

무엇보다 등본 한 통 떼는 것도 귀찮아 하는 내 성격으론 내키지가 않아 못 들은 척 했더니

"언니 꽃 팔아 얼마 벌어?  언니는 계속 꽃이나 팔아." 라고 했다.

 마주칠 때마다 나에게 건강관리를 위해 헬스를 같이 다니자는 말을 꺼내며 건강에 대한 장황한 설명까지 해준다.

그 뿐 아니라 인숙씨는 매사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다.

무엇 하나 놓칠 게 없는 , 옳은 소리인 줄 알면서도 나는 매번 귓등으로 흘리고 만다.

 각박한 이 시대, 이렇듯 살갑게 대해 주는 이웃이 있는 것도 복인데 인숙씨한테

 늘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그 집 벨을 누르게 되지가 않는다.

인숙씨와 친하려면 아무래도 내 뼛속까지 박힌 나의 촌년기질부터 바뀌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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