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나먼 연가(26)-그대.. 약한 남자여..-

뜰에봄 2010. 11. 2. 15:21

 

뮤트가 수 십 권의 문헌을 동원하며 대규모 댓 글 반박을 시도하자

코엘료 지지자들의 반격은 현저히 위축되었다.

코엘료 지지자들은  “모방도 훌륭한 창작”, 또는 “모방 없는 창작은 없다”고

주장하며 자기들 끼리 “그럼요..그럼요”하면서 서로 서로 동의하는 형식으로

논쟁을 종결 시키려하였다.


그러나 뮤트는 그들의 종전 선언과 화해를 거부하였고 마치 최후의

항복을 이끌어 내겠다는 듯이 지치지 않고 몰아 부친다.

 

 

뮤트는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명품이라 하고 다른 데는 없고

오직 그 작품에만 있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명작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뮤트는 유일한(unique) 것이 명품, 명작의 조건이며 모사(模寫)나 모방(模倣)은

명작의 구성요소가 아니므로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의 계보를 잇는

우화(偶話)적 명작”이라는 슬로건은 취소되어야한다고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연금술사”에 관한 댓 글은 사실 논쟁이 아니고 취향 논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그 작품이 나만 좋으면 그만”이므로 표절이 사실이라고

밝혀지더라도 상대의 취향까지 바꾸기는 어차피 어려운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트는 왜 이렇게 무모한 논쟁을 길게 끌어가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없다” 평론에서의 뮤트는 이렇지 않았다.

그는 복면 자객으로 나타나 장검하나만 들고 천하 고수들의 날카로운 공격을

절제된 모습으로 막아내었다.

그는 이면사(裏面史)를 동원해서 정사(正史)의 공격을 막았으며 가설(假設)을 동원해서

정설(定說)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상대가 도리깨와 청룡도와 도끼와 삼지창이라는 중무기를 동원했고 악성 댓 글이라는

침까지 뱉는 무자비한 공격을 해 왔지만 그를 다치게 하지는 못했다.

그의 몸놀림은 경묘했고 절제되었으며 겸손했다.

그의 칼은 오직 방어에만 사용되었고 상대가 공격을 멈추면 그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은 없다”에서의 뮤트는 복면의 날렵한 몸매를 하고 달빛 속에 환영으로

우뚝 서서 요요한 모습으로 싸우는 아름다운 자객이었다.


그러나 “연금술사에서의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무한 지식을 가진 마존(魔尊)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고 싸우는 무기마다 피를 흘렸다.

그가 제시하는 수 십 권의 인용문헌은 그대로 도리깨가 되고 청룡도가 되었으며

도끼, 삼지창으로 변하여 상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일본은 없다”를 게제한 그 사이트에서도 “연금술사” 평론이 올려졌는데

그 사이트의 논객들도 이 광분하는 지식 마존 “뮤트”의 모습에 질려서

감히 어설픈 댓 글들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변하게 한 것일까.

 

 

뮤트는 훗 날 “돌아오지 않는 사막, 타클라마칸”이란 제목의 평론을 쓰게 된다.

그 평론이 이 연가에서 발표될지는 그때 가보아야 알 일이지만 그 평론에는

“스벤 베딘”이라는 탐험가가 등장한다.


스벤 베딘은 한 여자를 사랑했으나 스벤베딘이 탐험가라는 이유 때문에

다른 남자와 결혼해 버린다.


그 때 절망한 스벤 베딘이 다음과 같이 소리치며 울부짖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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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만에 대한 열열한 사랑과 결혼에 대한 희망은

여행 중에 그녀의 약혼 소식을 듣고 한순간에 무너진다.


브로만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만 것이었다.


스벤 베딘은 울부짖는다.

“나는 그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아시아의 심장 티베트와 고비사막을 정복하기 위한 모든 모험은

오로지 그녀의 감탄과 칭찬을 듣기 위한 일이었으며

그 때문에 모든 어려움을 견뎌낼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스벤 베딘의 절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사막에서 목말라 죽어도 상관없다!

모래바닥의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덮치고 깊은 바닥 속으로 가라앉는

난파선처럼 주위를 온통 침묵으로 뒤덮혀 버려라!”

라고 소리치며 자학한다.


스벤 베딘은 자기의 평생의 탐험을 기록하는 자서전에다가


“내가 지금 써 내려가고자 하는 어리석은 이야기는 한 여자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때문에 건강하고 냉철한 내 이성이 흐려지지 않았다면

이 힘든 탐험의 역사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의 모든 탐험은 브로만이라는 한 여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

그녀의 감탄과 칭찬을 얻기 위해 이루어 졌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사랑과 존경을 구하기 위해

그는 그 탐험에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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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가 그렇게 여러사람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무한 지식의 마존 행세를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지식인 뮤트를 향한 숭배를 더 강화하고자 원했을 것이다

그녀가 그를 더욱 더 존경해 주기를, 뮤트에게 더 심취해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스벤베딘처럼 그녀의 감탄과 칭찬이 끊이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아..

단순한 뮤트여.

스벤베딘이여..

그대 약한 남자여..


그리고..

남성을 움직이는

가장 위대한 존재.

위대한 힘..


그대 강한 여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