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트는 K에게 말했다.
19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세기였어.
다윈의 진화론은 세계를 우생학으로, 적장생존으로 재교육시키고 인간을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으로 몰아넣었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자, 곧 적자(適者)만이 생존한다고 외치는 바람에 사회도 그 진화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회진화론을 부르짖었단 말슴이야. 그 바람에 어떻게 된 줄 아는가. 제국주의가 그렇게 생겨났고 식민지주의가 그렇게 해서 생겨났으며 1, 2차 세계대전이 이미 그때 잉태된거야. 나치에 의한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이 그렇게 해서 생겼고,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그 바람에 자본주의가 생겼다는 것이네. 계몽주의와 진화론이 결합해서 과학지상주의가 탄생했고 무신론이 학술적으로 증명되었으며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완성되었던 것이 바로 19세기... 아담스미스 같은 자들이 나타나 자유주의 개인주의를 물질계에 투영시켜서 자유방임주의, 소규모 정부, 경찰 국가 같은 해괴한 개념을 양산했지. 그게 현대 경제학이란 말이야. 그런데 그걸 사회과학의 꽃이라구? 그걸 전공했으면 재미있었다구? 한심한 잉간같으니라구.. 돈은 인간이 만들었지 신이 만든 게 아니라구.. 가장 비 본질적인 것이 돈인데..그게 이긴 자 만이 갖게 된다고 게임의 법칙을 선포하다니..가이사 것은 가이사에게 갈 뿐이야! 망할 놈의 19세기..
K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치뜨며 뮤트를 째려보았다. 그러구는 퉁명스럽게 한 소리를 내뱉었다.
“알았심더..췟..행님 디게 똑똑네예..근데 가이..가이사가 누군데예..”
뮤트는 냉큼 말했다.
“그건 몰라도 되 !!”
K: .....
마태복음 17:17-22
17 그러면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한지 우리에게 이르소서 가이사에게 세를 바치는 것이 가하니이까 불가하니이까 한대
18 예수께서 저희의 악함을 아시고 가라사대 외식하는 자들아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19 셋돈을 내게 보이라 하시니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왔거늘
20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이 형상과 이 글이 뉘 것이냐
21 가로되 가이사의 것이니이다 이에 가라사대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22 저희가 이 말씀을 듣고 기이히 여겨 예수를 떠나가니라
K. 그는 지역적으로 뮤트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M선배를 매개로 둘사이는 형제처럼 가까워졌다. 그는 뮤트가 밤눈이 어두워 다리를 골절했을 때 문병을 와서는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곧잘 술을 마시러 다녔다. 그는 근육질의 남자였지만 머리에 든 먹물이 상당하여 철학과 문학, 예술에 대한 담론을 즐겼다.
K는 뮤트와 만날 때 마다 뮤트의 얄팍한 인문학적 지식에 대해 늘 경의를 표했으며 뮤트를 친 형님처럼 존경하고 따랐다. 그가 뮤트에 대해 최초로 감탄한 것은 뮤트의 바둑 실력이었다. 그는 삼급 정도로 동네 고수였는데 뮤트는 아마 칠단으로 그는 다섯 점을 접고도 번번이 패했다. 그는 지기를 몹시 싫어하여 질 때 마다 씩씩거리며 재 대국을 청했고 뮤트가 저어하면 내기바둑을 두자며 늘 술 내기를 걸어왔고 그때마다 술값은 그의 몫이 되곤 했다.
바둑사이트를 대표하는 사이트 중의 하나가 오로바둑인데 그곳에서도 뮤트는 칠단 보다 한단계 높은 왕별 칠단으로 분류되어 있다. 지금도 오로가 가면 기쁜 사랑이란 이름의 왕 별 칠 단이 있는데 그가 바로 뮤트이다. 그런 그를 K의 동네고수의 실력으로 이겨내기는 힘겨운 일이었다.
바둑 실력외에도 뮤트의 얄팍한 인문학적 지식도 그의 경탄을 이끌어내는 한 요소였다.
어느 날 그가 재미없는 법학을 전공했을 것이 아니라 인기 있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면 훨씬 자기 인생이 나았을 것이라고 했을 때 뮤트가 즉각 그의 경제학에 대한 이유 없는 동경을 어리석은 생각으로 몰고 갔다. 그의 경제학에 대한 학문적 동경이 허상이며 오류임을 증명하는 뮤트의 경제학 비판의 장광설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점심때 시작한 논쟁이 밤이 되었고 드디어 술집으로 연장되었으며 새벽에야 끝났던 웃지 못할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가 제시하는 정치면 정치, 사회면 사회, 과학이면 과학, 그 어떤 분야에 대한 정론에 대해서도 늘 그 반대 논리로서 세상에 모든 정론에 반론이 있음을 그에게 증명했다. 그는 뮤트가 주둥아리로 먹고 사는 직업에 종사했으며 그 주둥아리의 입심이 얼마나 센지를 잘 모르고 덤볐다가 늘 궁지에 몰렸다. 당시 뮤트는 성경이란 새로운 세계에 접하고 기독교에 경도되면서 그가 몸담았던 인문주의에 등을 돌리고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스스로 구축하고 있었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K가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반론으로 응수하게 하는 논리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S라는 포탈 사이트는 가입자 마다 홈페이지 하나씩을 활당하고 있었는데 K는 자기 홈페이지에 뮤트를 향한 찬탄과 경의를 표하는 긴 글 하나를 올린다. 약간 산만하고 거치른 글이지만 여기 원문 그대로 게재해 본다.
제목: 심밨다!!
나는 그 동안 사람이 나무로 풀로 사는 산에 오르며
이 나무 저 나무, 이 풀 저 풀들 보며 잘 살았다.
사람이 나무나 풀로 사는 이 산에서
나는 옻나무에 혼이 나기도하고 풀독에 쏘여 고생도 했지만
모두 다 고만 고만했고 나는 산에 오르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사십이 넘어 산에 오르다가 기적을 만났다.
나는 산삼을 보았다.
나는 산삼을 보았다.
사십이 넘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른 이 산에서
나는 심밨다!!!! 를 외친다.
심밨다.!!
심밨다.!!
나는 뮤트라는 산삼을 만났다.
뮤트행님은 내가 산에서 얻은 산삼이다.
뮤트 행님은 우리랑은 전혀 종자 다른 나무이다.
우리는 풀이고 뮤트 행님은 산삼이다.
조금 있으면 정월 대보름
보름날에 부산 앞바다 물이 순대국밥 가마솥 같이 끓으면요.
그때 행님은 해운대 용 되소!!
나는 재송동 이무기 될테니!!
행님! 우리 늦게 만났지만 오래 오래 같이 친하게 사입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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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님 세이 그만두고 나서
이제 그 넘의 세이라는 데서 뮤트님이 여자들과 시시덕거리지 않아서 넘 기분 좋당.
그 동안 저 은근히 속상했어요.
뮤트란 사람은요...
쓸데없는 전화통화의 수다나 챗이 아니더라도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좋은 글 통해서
뮤트님는 자신은 물론이고
남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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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당신은 나의 꿀이얌.
슈가..
당신은 나의 설탕이얌.
뮤트는 나의 슈가..ㅋㅋㅋ
오늘은 뮤트님을 슈가라 불러봅니다.
샤론님이라고 슈가의 사막글보고
태그로 답글 올린거 기억하시죠?
그분께서 자기 카페에 가입해서 제 글좀 올려달라고3번을 부탁하셨기에
얼마전에 가입해서 이방저방 둘러보다
글 제목이 "사막 글을 읽은 후의 묵상" 이 눈에 띄어서 봤더니
슈가의 사막글 읽고 묵상을 써 놓으셨더라구요..
슈가가 읽은 답글과 겹치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슈가의 글을 읽고 이렇게 묵상까지 하는 분이 계시다는것...
한 사람에게 이렇게 슈가의 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
기억해 두시길!
앞으로 뮤트님을 슈가라 불러야겠당. 장수왕에다가 슈가에다가 부를 것도 많아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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