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트가 K에게 말했다.
“ 세상의 초등학문이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되었는지 아는가.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 한 것이 헤시오도스란 녀석인데 말야. 헤시오도스는 그리스 신화를 집대성 해 놓고서 세상은 그리스 신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지배하는 ”범신론의 세계“임을 천명했다네. 범신론의 가장 핵심으로서 그리스 신중의 신인 제우스가 있지. 제우스가 티탄족과 올림푸스 신들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자기 아버지 크로노스를 지하 감옥에 처 넣었지. 그리고 나서 말야.. ”우리 신들은 하늘, 땅, 바다.. 그리고 세상 만물을 나누어 다스리자“고 약속했지. 즉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고 자기 영역만 관리하자. 만일 이 약속을 어기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 의해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게 하자고 말일세. 이게 그리스 신화의 끝부분이며 이렇게 해서 세상은 범신론의 세계로서 일단 상정되게 된 거야. 그런데 그리스에서 탈레스란 뱃놈이 갑자기 철학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네. 자기가 뱃놈이니 세상에서 본 것이 바다밖에 없으므로 세상은 물로 이루어졌다!!라며 떠들고 다녔다네. 그 이론을 아낙시만드로스란 놈이 냉큼 받아서 물이 건냉온습하니 이 건냉하고 온습한 대립쌍들이 세상의 물질과 작용하여 천지를 창조하는 원리가 되었다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게야. 그런데 이 아낙시만드로스가 너무 깜찍한 이론을 내세운 거 있지. 온냉건습하여 세상을 만드는 데 거기에는 정의롭지 못한 불의가 반드시 개입한다는 게야. 왜냐.. 온냉건습은 각자 독자적인데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자체가 제우스의 약속을 깨는 불의한 행위라는 것일세. 그래서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 의해 다시 원상태로 돌려 놓는 환원 행위가 무한 반복으로 이루어 지는데 바로 그게 세상 물질의 생성과 소멸이며 인간의 탄생과 죽음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주장한거야..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재미있지..
K: 하..그게 재미있나요. 하나도 재미없거등요..저번에 세상 음악의 탄생 얘기가 훨 재미있구만..그거나 좀 더 해주지..화성음악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거요..
(뮤트는 개의치 않고 계속 이야기한다)
뮤트:
아낙시만드로스가 온냉건습에 의한 운동으로 세상이 창조되었다고 주장하자 헬라클레이토스란 놈이 또 세상은 그런 물의 성질로 된 것이 아니라 불의 성질로 되었다고 또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불에 의한 창조원리는 마침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원리로서의 로고스(logos)라는 아주 치명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네. 물불 논쟁이 이어지자 아낙시메네스가 세상은 공기(空氣)로 이루어졌다고 또 떠들고 거기서 나온 것이 원자론(原子論)자들이었지.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면서... 로고스와 원자개념은 피타고라스학파의 수의 조화개념으로 발전하고 기하학을 만들고 그리고 소피스트들이 탄생하게 되지. 소피스트들의 원조인 소크라테스가 나타나고 그 제자들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로고스 개념을 더욱 확장시켰다네. 헛소리의 잔치들이지..세상이 엉뚱한 지식으로 만연되기 시작한거야. 학문의 이름으로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잘 못 보게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 거지. 오늘날 우리의 자식들이 그 엉터리 가짜 초등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점심까지 싸들고 학교에 다니면서 가짜 진리를 밤샘하면서 공부하고 외우고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것이야. 가짜, 거짓을 공부하기 위해서..하하..기가 막혀서... 각자의 영역을 고수한다는 범신론은 오늘날 개인이 하나의 신이며 개인의 권리는 아무도 침해하지 못한다는 개인주의로, 민주주의로 발전하게 된단 말일세. 범신론은 늘 사회와 개인, 그리고 우상 이 세 가지로서 인류의 지성을 꽁꽁 묶어놓고 정말 진리의 세계는 감히 생각도 못하게 만들지.
K:
그거는 행님 소리고..그런 것이 왜 가짜임미꺼. 다 일리있는 이야기지예. 와..개인주의 민주주의 그게 얼마나 좋은 건데, 그거이 모두 그리스 신화에서 나왔다니..그거 오늘 처음 알았네..워메 좋은 거...나는 그리스 신화 한표!! 행님은 꼽표!! 내사 마 그리스 신화 그거 한번 읽어 봐야겠당..헤헤 행님. 약 오르지예..
뮤트:
그리스 신화 한표 좋아하네..진리를 신화로부터 찾다니..한심한 인간들..모두 무지한 말로 이치를 어둡게 하는 자들이지..세상이 창조될 때 그들이 옆에 있기나 했어?..지 맘대로 떠들긴..
욥기 38:
1 때에 여호와께서 폭풍 가운데로서 욥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2 무지한 말로 이치를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찌니라
5 누가 그 도량을 정하였었는지, 누가 그 준승을 그 위에 띄웠었는지 네가 아느냐
6 그 주초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이 돌은 누가 놓았었느냐
8 바닷물이 태에서 나옴같이 넘쳐 흐를 때에 문으로 그것을 막은 자가 누구냐
16 네가 바다 근원에 들어갔었느냐 깊은 물밑으로 걸어 다녔었느냐
17 사망의 문이 네게 나타났었느냐 사망의 그늘진 문을 네가 보았었느냐
18 땅의 넓이를 네가 측량하였었느냐 다 알거든 말할찌니라
19 광명의 처소는 어느 길로 가며 흑암의 처소는 어디냐
20 네가 능히 그 지경으로 인도할 수 있느냐 그 집의 길을 아느냐
22 네가 눈 곳간에 들어갔었느냐 우박 창고를 보았느냐
24 광명이 어느 길로 말미암아 뻗치며 동풍이 어느 길로 말미암아 땅에 흩어지느냐
25 누가 폭우를 위하여 길을 내었으며 우뢰의 번개 길을 내었으며
26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고
27 황무하고 공허한 토지를 축축하게 하고 연한 풀이 나게 하였느냐
28 비가 아비가 있느냐 이슬 방울은 누가 낳았느냐
29 얼음은 뉘 태에서 났느냐 공중의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31 네가 묘성을 매어 떨기 되게 하겠느냐 삼성의 띠를 풀겠느냐
32 네가 열두 궁성을 때를 따라 이끌어 내겠느냐 북두성과 그 속한 별들을 인도하겠느냐
33 네가 하늘의 법도를 아느냐 하늘로 그 권능을 땅에 베풀게 하겠느냐
34 네 소리를 구름에 올려 큰 물로 네게 덮이게 하겠느냐
35 네가 번개를 보내어 가게 하되 그것으로 네게 우리가 여기 있나이다 하게 하겠느냐
36 가슴 속의 지혜는 누가 준 것이냐 마음 속의 총명은 누가 준 것이냐
37 누가 지혜로 구름을 계수하겠느냐 누가 하늘의 병을 쏟아
38 티끌로 진흙을 이루며 흙덩이로 서로 붙게 하겠느냐
39 네가 암사자를 위하여 식물을 사냥하겠느냐 젊은 사자의 식량을 채우겠느냐
41 까마귀 새끼가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으며 먹을 것이 없어서 오락가락할 때에 그것을 위하여 먹을 것을 예비하는 자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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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자기의 홈페이지를 정성스럽게 관리했다. 그 곳에는 세상의 모든 음악지식들로 넘쳐났다. 어디서 유명 오케스트라동영상을 구해다가 모두 올려놓았으며 바로크 시대의 음악부터 근대음악까지 음악의 대가들의 일대기를 모두 수록해 놓고 있었다. 교향곡의 해설과 유명성악가들의 일대기도 있었고 다양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클릭만 하면 들을 수 있도록 장치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음악애호가들을 위한 그의 서비스에 불과했다. 정작 그 자신은 늘 크래식에 대한 이해로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는 뮤트에게 토로한다.
“행님 저는 크래식 음악 좀 이해할려고 하는데 정말 어렵슴미더. 어떤 곡은 참 갠찬은데 어떤 곡은 저런 거 뭐 할려고 듣나 싶을 정도로 잠 오는 곡이 너무 많아 예.” 크래식 음악 이해하는게 정말 어렵슴미더.“
그는 뮤트에게 크래식 음악에 대해 틈만 나면 이것 저것 물어왔다. 성악에 대해서는 뮤트는 각 테너들의 모창까지 하면서 그에게 설명하기도 했으며 교향곡에 대해서도 감상법에 대해서 그냥 아는대로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뉴에이지 음악은 너무 달고 정통 크래식은 너무 쓰다. 그리고 음악에도 삶의 음악이 있고 죽음의 음악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욕망과 죽음의 욕망을 동시에 가진다. 묘하게도 뉴에이지 음악 같은 달고 단 음악 속에 오히려 죽음을 연상시키는 곡이 많고 정통크래식 교향곡의 쓴 리듬 속에 삶을 연상시키는 음악이 많이 분포한다.
그런 그의 음악 사이트에 어느 날 변화가 생긴다. 그의 음악 사이트에는 문학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게시판에 시가 오르기 시작한다. 분명 자작한 것으로 짐작되는 달콤한 연애시가 올라오는 것이다. K와 같이 스포츠 맨에다가 단순 직선적인 스타일의 사람에게서 시가 가능할 까 했는데 그는 뮤트보다도 훨씬 솔직하고 순수하며 담백한 시를 선보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두편 올라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시는 늘어갔다. 그는 자작시로 짐작되는 작품뿐 만 아니라 세상의 수많은 연애시를 그의 사이트에 옮겨 놓고 있었다. 그의 자작시는 우수한 시는 결코 아니었으되 진솔한 감정으로 넘쳐났다.
뮤트는 그때 그 시들을 캡쳐해 두질 못했다. 어느 날 그 시들이 갑자기 사라질 거라는 생각을 못했으므로 뮤트는 그 시를 캡쳐해 둘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중에 이 사이트는 어떤 연유로 인하여 한 순간에 폐쇄된다. 지금 올리는 이 두 편의 시들은 최근에 이 연가를 위해 어렵사리 구한 것들이다. 여기서 안개꽃 (4)라는 것은 안개꽃 시를 시리즈로 올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4편이라는 뜻이다. 다른 시리즈는 모든 원본을 가지고 있는 어떤 사람이 그 시의 공표를 거절하는 바람에 뮤트는 지금도 이 두 편을 제외하고는 그 시들을 입수를 못하고 있다.
안개꽃(4)
처음 보았을 때
안개꽃 하나.
두 번 보았을 때
안개꽃 두 개.
안개꽃이 자꾸 늘어나므로
눈을 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눈을 뜹니다.
안개꽃 다발.
다시 눈을 감습니다.
차마
그대를 볼 수가 없습니다.
고백
가을이 지나면
나는 죽을지 모른다.
숨이 답답해서
나는 죽을 지 모른다.
가을 바다에 나가서
소주 한 잔 마셔서는
나는 살 수가 없다.
해운대 바닷물 다 마시고
오륙도 섬뿌리를 다 뽑아도
내 가슴의 숨통은 트이지 않는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
이 말을 하지 않고서는
나는 살 수가 없다.
처음에 뮤트도 M선배도 이 시가 환타쥐를 향한 시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K도 환타쥐도 M선배님 방의 고정 멤버들로서 둘다 솔로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는 데도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그 연애시들이 모두 환타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지게 된다. 그는 그 사이트에서 환타쥐와 대화하면서 점차 그녀에 대해 호감을 가졌으며 혼자 사모하게 되고 마침내 짝사랑의 늪에 빠져들게 된 것이리라. K가 속내를 비쳤으나 그녀가 호락호락 응하지 않으므로 그의 뜨거운 연정은 이렇게 시가 되어 그의 사이트에 넘쳐난 것이리라.
M선배와 뮤트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K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도 지독하게 한다.
사랑에 목숨을 건다.
K도 그녀도 사랑을 시작하면 미적지근하게 하는 성격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랑에 그들의 모든 것을 다 거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사랑을 하는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을 어슬프게 하는 뮤트가 낀 것이었다.
이 세상 최강의 삼각관계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그들은 둘다 "오직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를 외쳤으나
마주 보고 외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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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님.
장수왕!
오래 사세요.
저 한번은 보셔야죠.
왜 자꾸 아프시나요..
뮤트님.
자꾸 아프시면 제가 먼저 죽습니다.
뮤트님이 저 보다 먼저 죽는 게 분명하면
저 뮤트님 죽기 하루 전에 제가 먼저 죽을 겁니다.
맹세하라면 맹세할게요.
달밝은 밤.
저 달이 너무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여자는 보름달에 약하다고 언젠가 뮤트님이 말씀하셨죠.
저 달은 제가 뮤트님에게 드리는
내 마음의 다이아몬드.
저도 젊고 멋진 남자들이 저를 유혹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 너무 긴장을 풀지는 마세요.
그러나 늘 달 보고 맹세합니다.
내 사랑은 하나 뿐.
그것은 저 달이 하늘에 하나뿐인 이치와 같습니다.
오직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오직 하나의 사랑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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