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계획표를 짤 때 <초간정>은 빠뜨렸는데 석송령을 보고 나오는데 '초간정' 이정표가 보여 얼릉 초간정으로
차를 돌렸다. 그제서야 전에 배꽃친구가 초간정 다녀와서 올린 사진이 퍼뜩 떠올랐던 것이다.
오는 길가에 벚꽃나무가 일렬로 잘 심어져 있긴 했지만 전형적으로 논과 밭이 있는 농촌 풍경이 이어지기에
이런데 뭐 그리 멋진 정자가 있을까, 싶어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어느 한 지점에 이르자 홀연히 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우거진 나무 사이로 단아하고도 기품있는 정자가 나타났다.
일행들한테 그나마 조금 체면이 서는 것 같아 안도.
아, 정말~
반가워서 사진을 연거퍼 두 번 찍었네. 한번은 멀리 보이는 그대로, 한번은 조금 당겨서리....
절제미라고는 모르는 나는 그 당시의 반가움 땜시 다 올리고 만다는.....
비가 와서 흙탕물이 흘러가는데 저게 맑은 물이라면 얼마나 더 멋질까?
정자로 가는 길 옆엔 원추리 곱게 피었고, 삐떡하게 누워서 자라는 소나무가 있다.
비오는 날, 저런 길엔 저 원추리만큼 분위기를 환하게 살릴 꽃도 없지싶다.
초간정 앞에 있는 집 대문을 빼꼼 들여다 봤더니 저 장독간과 봉숭아가 한눈에 들어와
마당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어느 한때는 여러 식구가 살아 저 독에 장이 가득 차 있었을텐데....
지금은 한옥체험 민박집이라고 했다.
비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벌어
해마다 피는꽃을 나만두고 볼 것인가
새새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자
* 이병기씨 <봉숭아> 시조가 절로 떠오른다.
대문 옆에 디딜방아도 있었다.
모기장이 있는 걸로 보아 여기서 잠도 자는 것 같다.
저 양반은 정자에 오니 양반자세라도 한번 흉내내어 보고자픈 모양.
더울 때는 문을 올려 놓을 수 있게 만든 조상들의 지혜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벼가 쑥쑥 자라고, 밤송이가 커가는 여름...8월...
우리 남편이 젤로 흥미를 보인 흔들다리.
1등으로 가서 다음에 사람이 올 때마다 흔들어대며 겁을 주어 비틀거리고 무서버하는 모습을 즐겼다는....
소나무 가지가 전부 쪽으로 뻗었다.
초간정에서 내려오는 길에 금당실 마을에 들렀다.
금당실 마을은 정감록의 십승지 가운데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고 한다. 주변 경치가 좋고 지형이 뛰어난 곳으로 금당실 마을은 `물에 떠 있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을 둘러 봤지만 저 집 밖에는 별로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것 같아 되돌아 나왔다.
내가 가자고 앞장 섰던 탓에 여행 끝날 때까지 금당실 마을과 삼강주막 땜에 빈정거림을 당했다는,...
그런데 다녀와서 검색해 봤더니 고택이며 서원, 천연기념물인 송림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많은 동네였다.
이 마을도 돌담이 유명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돌담의 생김새로 보면 내 고향 한밤 돌담의 운치를 따르기엔 택도 없다.
무엇보다 두레박이 반갑다, 아직도 사용하는 모양인데 자꾸 재촉하는 바람에 물 한 두레박 길어 올릴 여유가 없었다.
암만 바빠도 저 애들과 눈도장을 안 찍을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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