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째 되던 날, 우리가 묵은 호텔이다.
저녁을 먹고 산책하던 중, 수영장 가에 있는 장미꽃옆에서...( 친구야, 니도 장미꽃 마이 환하고 곱데이)
호텔 처마밑에 제비집이 다닥다닥 붙었다.
유리창에 제비통이 붙어 지저분하구만 그래도 저 집을 떼어내지 않은 것이 다행, 고맙다.
저녁에 호텔에서 나와 마을이 있는 곳으로 주욱 걸어내려가니 숲 사이로 내가 흐르고 있었다.
지는 노을이 비춰들어 그 분위기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마나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다리위에서 한참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둥근 달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마을로 접어 들었는데 아래로 푹 꺼진 집, 너무 그늘 아래에서 노부부가 차이를 마시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어스름한 불빛아래 비치는 그 정경이 참으로 따스하고 아름다워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우리를 발견한 노부부께서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그래서 합류하게 된 자리다.
집 한켠에 있는 나무엔 빨간 열매가 보석처럼 달려있고, 들고양이 몇 마리가 나무 밑이며
담벼락으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평화로움 그 자체다.
삼 대가 한 집에 사는 듯...우리가 간 사실을 알고 한 사람씩 나와 어느덧 대식구를 이뤘다.
우리에게 차와 과자, 그리고 견과류도 한 접시 내 왔다. 말은 안 통해도 느낌으로 낯선 이방인을 환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가 마치 동화 속 마을에 불시착한 그런 기분마저 들었다.
어르신들에게 뭐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가방안에 사탕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게 어찌 안타깝던지..
내 생전 이 두 지지배들만큼 사람한테 착착 감겨들며 애교를 부리는 건 처음 봤다.
작은 여자애가 계속해서 종달이처럼 뭐라고 뭐라고 재잘거리는데 알아 들을 수가 있어야지...아들내미 동후가 동행했으면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으련만.
여자애가 이메일과 나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는 말만 겨우 알아들어 종이에 적어 주었는데 그런들 어찌 통할 수가 있으랴.
"에고 답답혀, 몬 알아 듣겠다 고마해라 가시나야" 하고 말았다.
자기 엄마는 모델로 신문에도 났단다. 할부지가 넌즈시 신문을 가져와서 보여주셨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저렇듯 애교스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이 지지배들의 꿈도 모델이라고 했던 듯한데 그 꿈이 꼭 아뤄졌으면 좋겠다.
헤어질 때는 저렇게 뽀뽀도 해 주고, 안기도 했는데 작은 새같이 따시고 보드라운 그 감촉을 어찌 잊으랴.
그 집에서 나와 마을을 돌다가 체리를 사 가지고 오늘 길에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났는데 팔딱거리며 반가워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체리 1킬로 봉다리를 들려 줄 수 있어 어찌 다행이었는지..
* 이번 여행에서 터키 가정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특별하고도 귀한 경험이다.
제 4일, ~ 오브룩한-콘야-파묵칼레 일정이 잡혀진 날이다.
카파도키아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갔는데 (그 길이 실크로드라고 함 ) 가이드가 어느 곳에 차를 멈추더니
그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여러분이 상상도 못할 반전이 있다고 했다.
역시나, 잠시 후 눈앞에 신기루처럼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우와~ 참으로 대단한 반전! 이게 실지인가,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부룩 호수는 지구의 판이 충돌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담호수라는데 물빛이 짙은 코발트색으로 너무나 고왔다. (오부룩한은 지명임)
한여름엔 석회석빛에 반사, 굴절되어 물빛이 초록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깊이가 196미터, 직경이 1킬로나 되며, 물 속에는 고기도 산단다.
호수 가에 있는 낙타상인들의 숙소 ㅡ 카라반사라이, 허물어진 건물을 보수중이었다.
이런 건물은 낙타가 하루에 걸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 간격 (보통 25~40 킬로) 마다 세워졌다고 한다
후게소에서 가이드가 추천하는 요플레를 사 먹었다. 산양젖으로 만든 요플레에 꿀과 양귀비 씨앗을 뿌려서 파는데 맛있었다.
양귀비 열매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요플레 파는 청년이 나도 서 보라고 하고선 스마트폰을 받아 들고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양귀비 열매가 저렇게 크고 단단한 줄 처음 알았다. 씨앗은 아주 자잘하다.
<완벽한 설계와 축조 기술이 빚은 히에라폴리스>
이곳에 히에라폴리스라는 이름의 도시를 최초로 건설한 왕은 기원전 180년경 페르가몬 왕국의 유메네스 2세였다.
유메네스 왕은 전설의 왕국 페르가몬의 창건자 텔레포스 왕의 아내인 히에라를 기념하기 위해 이 도시를 세웠다.
히에라폴리스는 바로 이웃의 고대도시 라오디케아와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급진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기원전 133년 페르가몬의 마지막 왕 아탈로스 3세가 자신의 왕국을 로마제국에 자진 헌납함으로써, 히에라폴리스는
로마의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몇 차례의 대지진으로 고대도시의 많은 유적지가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2~3세기 최전성기를 맞이하던 때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
바둑판 모양의 정교한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된 이 도시의 상징은 신전들이었다.
이 온천은 클레오파트라도 자주 찾았다고 한다.
파묵칼레 온천 주변에 주욱 심어진 백일홍, 타향에서 고향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가장 흔하게 눈에 띈 유도화
터키 남서부 데니즐리 주에 위치한 파묵칼레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유서 깊은 고대도시이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인데 석회성분을 다량 함유한 이곳의 온천수가 수 세기 동안 바위 위를 흐르면서
표면을 탄산칼슘 결정체로 뒤덮어 마치 하얀 목화로 만든 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온천수는 섭씨 35도로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치료와 휴식을 위해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로마 시대에는 황제와 고관들도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카메라를 차에 두고 온 탓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건 상점에 걸린 사진을 찍은 사진인데 이런 모습일 때도 있었나보다. 겨울같기도 하다.
파묵칼레 석회봉을 구경하고 그 아래 마을 호텔에서 묵었는데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밖으로 나오니
산너머에서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다. 터키의 달은 우리나라에서 보는 것보다 유난히 크고 환한 것 같다.
그곳에는 양갈비가 유명하다길래 가이드가 소개한 식당으로 양갈비를 먹으러 갔다.
지우당 부부는 속이 안 좋다고 안 오고, 우리 식구와 가이드 두 사람, 그리고 용인에서 왔다는
4공주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조리사가 우리 식탁 바로 옆에서 구워 주는 양갈비는 정말 담백하고 맛있었다.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닌 듯, 셀러드와 술을 곁들여 먹었는데 더치페이로해서 20유로, 우리돈으로 삼만 여원을 냈다.
전날 가이드가 우리 아들에게 맥주를 사 주며 같이 시간을 보내 준 게 고마워서 가이드 음식값을 대신 내겠다고 했더니
자기에게 그런 건 안 통한다며 어림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동후는 가이드와 2차를 가고, 동후아빠는 먼저 호텔로 가고, 장구경을 좋아하는 나는
혼자서 시장구경에 나섰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시장인데 양 옆으로 점포들이 주욱 늘어 서 있다.
돌아 나오는 길에 저 가게에서 체리 1킬로 2달러를 주고 샀다. 체리는 이곳이 가장 싸게 파는 것 같았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터키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 준다.
심성이 어질고 따뜻한 탓이리라. 아름다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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