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나먼 연가(63)-피워오르는 연기-

뜰에봄 2013. 8. 24. 15:36

    사랑은 인생에 드물게 찾아오는 시적(詩的) 행위"이다. 인생의 무미건조한 산문 속에 어느 날 율조가 나타난다.

행을 맺을 수 없는, 불규칙한 율조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형용사들로 채워진다.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의 율조에 의해  나머지 인생의 모든 산문들이 모두 재 정렬된다.

  인생이라는 산문들의 색채는 그 때 모두 바뀌게 된다.  인생의 톤은 사랑의 율조에 의해 모두 재 정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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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트는 K의 방미계획을 듣고 초조한 나머지 그녀에게 미국에 가겠다고 했고 그녀의 승낙을 얻어냈었을 뿐 아니라 특별한 관계가 그 때 맺어질 것도 약속받았다.

   뮤트는 K와 누가 먼저 미국에 가는가를 시합하는 사람처럼 방미스케줄을 서둘렀었다. 뮤트는 마치 보증금이라도 거는 양, 그녀에게 약간의 돈을 보내기도 했다. 송금의 문제는 그녀의 승인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뮤트는 그녀에게 C.W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란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기뻐하자 뮤트는 트릭을 걸었다. 그 책의 한국어판은 너무 번역이 서툴기 때문에 영문 원본을 읽는 게 이해하기가 더 쉽다고 했다. 그리고 돈을 부칠테니 미국에서 직접 원어 책을 사보라고 했다. 그녀는 큰 의심이 없이 그러마했으며, 뮤트는 그녀의 구좌에 책을 사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 부쳤다.

   그녀가 왜 이리 많은 돈이 들어왔냐구 묻자 뮤트는 사실 미국에 갔을 때, 환타쥐에게 폐를 끼치기 싫으니 그것으로 호텔예약을 하던지 드레스를 사 입던지 알아서 하라고 대답했다. 처음에 그녀는 어이없어 했으나 뮤트의 끈질긴 설득으로 이 송금문제는 큰 저항은 없이 수습되었다.

 

    이렇게 뮤트는 방미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진행은 어디까지나 K의 태풍사건 전의 이야기였다 K의 태풍사건은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켰다.

   태풍사건은 뮤트를 고뇌케 했다. K의 태풍 사건은 단순히 한 여자를 먼저 정복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뮤트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사랑의 진지함에 있어서 뮤트는 K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M선배 마저 뮤트보다 K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뮤트와 그녀는 미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K는 그녀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그녀가 뮤트를 사랑한다는 한 가지 사실 외에 모든 정황은 뮤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런 정황을 생각할수록 뮤트의 가슴에는 검은 연기가 차올랐다. 그 연기는 뮤트의 의식에 매운 기침이 되어 밤에도 잠들지 못하게 했다.

 

   어느 날 K와 다시 술을 한잔 했을 때 K는 말한다.

  행님요. 환타쥐는 요, 내가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을 다 가지고 있는 거라 예, 나는 예, 실렁 실렁한 여자는 안 좋아 함미더. 똑 부러지는 여자 좋아하지예. ”

  그러고는 K는 의외의 말을 했다. K가 미국에 전화를 했는 데, 그녀가 전과는 달리 매우 부드럽고 상냥하게 대했다고 했다. 미국에 가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아주 완곡하게 거절은 했으나 아주 마음에 없는 것은 아닌 듯 했다고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통화했음에도 전처럼 거부반응 없이 잘 대해 주었다고 했다. 그녀의 음성은 울리는  방울소리였으며  웃는 소리가 맑고  아름다웠다고 했다.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고 했다. K의 닭살 버전의 찬사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뮤트는 가슴은 다시 검은 연기로 질식했다.

   그녀는 K와 전화하며 그 전화내용을 K가 뮤트에게 자랑삼아 보고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뮤트는 그녀가 K에 대하여 취했던 행동에 그렇게 질식할 일만도 아니었다. 뮤트와 방미 약속이 잡혀 있는 만큼, 그녀는 K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에 대해 차지도 덥지도 않게 대하던 뮤트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 그녀의 마음을 평화케 했으리라. 그것이 K에 대해서도 온화한 자세로 나타났을 것이다. K를 자극해서 마음을 상하게 하기 보다는 다둑거려서 좋은 관계에서 정리하고 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뮤트는 그녀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K는 또 말한다.

행님요! 환타쥐는요. '사랑과 영혼'의 데미모어의 순수함, '양들의 침묵'의 조디포스터의 지성, '니키타' 여전사의 용맹성! 이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기라 예. 환타쥐와 전화하면서 저는 우째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의 캐릭터를 환타쥐가 다 가지고 있는 지 정말 희한한 생각이 들었슴미더. 이런 여자 정말 찾기 힘든 거라예! 하하하..” 

  뮤트는 그에게 물었다. “환타쥐가 누굴 닮았다구?”

   K는 여 배우의 이름들을 다시 반복했으며 덧붙이기를 환타쥐는 요. 행님은 못 보았겠지만 예. M행님하고 찍은 사진을 다 보았는데 예. 그녀의 사진 보면 얼굴이 쪼그맣고 하얗고 정말 깨끗하게 생겼슴미더. 순수함 그 자체지 예. 그라고 한 번씩 비꼬는 듯이 이야기하는데요. 시니컬한게  은근히 품위가 있심더. 그녀의 가방 끈이 완전히 느껴지는 거라 예. 그러고 수틀리면 한번 씩 퍼붓는데, ! 갑자기 완전히 싸움닭처럼 변하는거라. .... 성격이 불같던데..고거 밤에도 사람 죽이겠던데, 완전 올라타겠더만....우헤헤

 

   뮤트는 특별히 좋아하는 탤런트나 여배우가 없다. 그리고 요즘 영화와 드라마는 거의 보지를 않아 옛날 배우들 밖에 모른다. 그러나 K의 취향은 뮤트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조디포스터나 데미무어는 뮤트가 좋아하는 여배우들이 아니었다. 니키타는 무슨 액션 여배우인 모양인데 니키타가 누군지 뮤트는 지금도 잘 모르고 있다.

  그녀의 지성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데미무어나 조디포스트에 비유하다니..뮤트는 당혹하면서도 K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보았다. 데미무어를 닮았다기에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조그마하지 않은 가. 그리고 얼굴은 조디포스터랑 비슷할지 몰라도 그녀의 낭만적 지성은 조디포스터의 차가운 지성과는 다르지 않는가..그리고 기껏 사랑과 영혼에서의 데미무어가 무에 그리 순수한 연기를 보였다는 말인가. 그녀는 순수하다 점에서는 오드리 햅번 쪽에 더 가깝고 지성미라면 조디포스터보다는 차라리 올리비아 핫세의 분위기이다  여배우 고르는 취향하고는!....

 

  뮤트는 K의 말에 속으로 엄청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그 궁시렁거림은 뮤트의 가슴에 또 매운 연기를 지폈다. 뮤트는 이리 저리 속이 상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K의 모든 언행은 젖은 짚에서 타는 매캐한 연기가 되어 뮤트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뮤트를 향한 K의 또 다른 보고는 마침내 뮤트의 가슴을 질식시킨다.

 

   며칠도 되지 않아 K는 또 뮤트에게 말한다.

  그가 뮤트에게 보고한 대화의 요지는 이랬다. 그가 그녀와의 전화 대화중에 농담 삼아서 자기는 섹스에 대해서는 세상 어떤 남자보다 자신있다고 했는 데, 그녀가 깔깔웃으며 그렇게 자신있냐고..자기를 만족시키겠냐고 그렇게 대답하더란다. 그래서 K가 더욱 힘내어 자신있다고 했으며 대화의 내용은 매우 야한데 까지 흘렀고 그 야한 내용까지 K는 뮤트에게 시시콜콜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화가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고 했다.

   K가 말했다. “행님요. 이만하면 환타쥐 그년 내게 걸려들었다고 바야 겠지예 하하..” 뮤트는 K가 그녀와의 대화내용을 이야기 할 때부터 이상한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자꾸 얼굴이 달아올랐다.

 

  뮤트는 K가 그녀에 대해 약간의 상소리를 섞는 데 대해 화가 치밀었다. 뮤트가 말했다. “그러네...환타쥐 그년 자네에게 걸려 든 거 같군!‘ 그리고는 머리가 아파서 먼저 간다고 일어나 버렸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뮤트가 K의 말에 긍정한 것은 기분이 나빠서라기보다는 정말 머리가 너무 아프고 어지러워서였다. 우선 그 자리를 빨리 떠나고 싶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