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나먼 연가(64)-제멋대로 굴러가는 사랑-

뜰에봄 2013. 8. 29. 02:33

 

세상의 가장 큰 거짓말은 다음의 두 가지를 토설하는 것이다. .

나는 인생의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서 그 계획을 성취했노라,

나는 인생의 문제가 생기면 좌절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했노라.

 

 우리는 인생을 계획하고 이루려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잘 생각해보라. 자기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진 일이 우리 인생에 한번이라도 있었는가를..    

우리는 살다가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잘 생각해보라. 자기에게 닥친 문제를 자신의 의도대로 해결한 일이 우리 인생에 한번이라도 있었는가를..

그것들은 하나도 성취되지 않았고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단지 그것들은 이루어지는 것처럼 지나갔고 지나가는 것으로 해결되었을 뿐이다.

모두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어진 것으로,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 마음에도 없는 말, 어이없는 행동들, 황당한 거짓말들, 순간적인 임기응변...그리고 제 멋대로 흘러가는 사랑..뮤트의 인생은 그렇게 의도와는 다르게 제 멋대로 굴러갔다. 하나도 되는 일없이,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냥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 일관성 없는 뮤트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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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트의 건강은 그 사건을 전후로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가라앉았던 두통과 어지럼증은 다시 재발했다. K와 그녀와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 상심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M선배의 음악 방 번개에 참석하러 빈번히 서울 출장(?)을 다닌 것과 그 때마다 술 마시고 음식을 절제하지 못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고통이 되어 돌아왔다.  

뮤트는 마침내 K와도 충돌한다. K는 남성미를 과시하는 나머지, 또 경상도 남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여자를 슬쩍 하대하는 버릇이 있었다. 환타쥐를 애칭으로 부른 답시고 환타쥐년..환타쥐년..하고 부르는 것을 견디다 못한 뮤트가 마침내 폭발했다. K는 늘 뮤트에게 깍듯이 대했고 뮤트도 K를 아까는 후배로서 말 씀씀이에 있어서도 함부로 대하거나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녀에 대해 장난 끼 어리게 하대하는 K의 말투는 늘 뮤트를 불편하게 했다

 

그 날도 K의 어투에 뮤트는 노여움을 축적하였으며 점점 분기탱천하다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다.  

..이 자식아! 여자에게 이년 저년이 머냐. 야 임마..너 걸핏하면 여자 죽이네 어쩌구 하는데.. 너 같은 놈이 사실은 여자에게 제일 힘도 못 쓰는 놈이야. 여자에게 욕하는 놈, 여자 때리는 놈 그런 자식들 치고 비겁하지 않는 놈은 없어! 그런 놈들은 자기보다 강한 남자에게는 정말 꼼짝도 못하는 비겁한 놈들이지. 이 자식이..근육 좀 있고 싸움 좀 잘한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나.. 임마. 어디서 욕질이야..자식아!!”

태평하게 말하던 K는 뮤트의 이 돌발적인 행동에 망연자실했다. 눈이 동그래지며 말을 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그러다 뮤트가 점점 광분하자 행님 와 이람미꺼. 진정하이소!”를 연발하며 뮤트를 만류했다. 그 와중에 뒷날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오는 K의 한마디가 터졌다.

행님 오늘따라 와 이람미꺼..”하며 만류하던 K는 갑자기 동작을 정지했다. 그러고는 겁먹은 표정으로 행님요. 행님도 환타쥐 좋아함미꺼!!”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뮤트는 순간 당황했다. 뮤트는 더 큰 소리로 악을 썼다. 

이 자식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왜 환타쥐를 좋아해야하는데..그런 소리하려면 내가 전화도 하지 마!!” 이러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 마음에도 없는 말, 어이없는 행동들, 황당한 거짓말들, 순간적인 임기응변...그리고 제 멋대로 흘러가는 사랑..뮤트의 인생은 그렇게 의도와는 다르게 제 멋대로 굴러갔다. 하나도 되는 일없이,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렇게 그냥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 일관성 없는 뮤트의 인생이여..

 

당시의  뮤트가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전혀 엉뚱한 행동이었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분노였다. 뮤트는 집에 돌아와서도 K행님요. 행님도 환타쥐 좋아함미꺼!!”라는 이 마지막 말이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그 순간의 K의 낭패하던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뮤트는 K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오늘의 분노는 환타쥐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단지 여자에 대한 욕과 폭행에 알레르기가 있는 엄청난 신사도에서 나온 분노임을 가장하며 K를 다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후 가슴 울렁거림과 두통 때문에 한동안 끊었던 항 우울성 신경안정제를 한 웅큼 입에 털어 넣었다.

 

뮤트의 돌발적 행동과 의도되지 않았던 분노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뮤트는 그녀에게 미국에 가겠다는 약속은 파기되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가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짧고 간결한 이메일을 띄우게 된다.

당연히 그녀는 왜 그러느냐고 절박하게 반문해왔다. 뮤트는 건강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뮤트의 이 대답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다양한 경로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보려 애썼다. 이 탐색의 과정에서 문제는 더욱 확산되었다.

어느 날 뮤트는 M선배님의 전화한 통을 받게 된다. “어이 뮤트! 자네 환타쥐에게 미국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아니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사람이 왜 그런가. 그리고 못가는 문제가 생겼으면 정확이 무슨 문제 때문에 못 간다고 상대가 알아듣게 이야기를 해 줘야지. 아니 무슨 문제인지 내게라도 좀 알려줘 봐! 무슨 문제야? 무슨 문제가 있냐구!”

 

이 통화는 뮤트를 더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 “M선배가 이 일을 알다니하는 순간 K에게 이 사실도 알려질 거라는 엉뚱한 생각이 뮤트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아니 선배님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는데요. 환타쥐가 말하던가요? 도대체 선배님은 환타쥐랑 어떤 사이세요? 도대체 어떤 사이 이길래 도저히 알아서는 안 될 일도 이렇게 아신단 말입니까. 이건 멘토 이상이네요! 처녀 때 만났다는데 선배님 혹시 환타쥐의 첫 남자아닙니까!”

제어하지 못한 분노때문에 뮤트는 전혀 의도되지 않았던,  해서는 안될 말을 해 버린 것이다.

늘 온화하던 M선배도 뮤트의 이 극단적인 말에는 불같이 화를 내었다. “제 정신이 아니구만!”하시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전화 후에도 뮤트는 다시 한 웅큼의 신경안정제를 먹어야만 했다.

  

뮤트는 K와 충돌했고, M선배님과 부딪혔으며 마침내 그녀와  깨어졌다.

뮤트는 좌충우돌했다. 사랑은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뮤트가 제 정신이 아니다는 말이 그녀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뮤트는 그녀에게 다시 이메일을 쓴다. 미국에 가는 그 은밀한 일을 M선배에게 말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썼다.  뿐만 아니라 잠자리의 일도 모두 M선배에게 중계 방송할 여자라는 둥, 별 악의에 찬 소리를 다 한 뒤 이 메일에 종지부를 찍었다.

   

 뮤트는 그녀와 둘이 만들었던 카페를 탈퇴했다. 그리고 그녀 아이디는 이메일의 수신거부자 명단에 올라갔다. 그녀와 연결되었던 모든 통로들은 차단되었다.

 

일방적인 뮤트의 이런 행동은 그녀를 당황시켰다.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갑자기 밀폐된 큐빅에 갇혀버린 사람처럼 반응해 왔다.

뮤트와의 접선이 가능한 조그만 틈이라도 찾아서 어떻게든 연결해 보려고 필사적이 되었다. K마저도 행님 요즘 안보인다고 환타쥐가 걱정하던데 예하고 있었다. 베토벤 교향곡 5운명의 그 강한 비트로, 그녀는 뮤트의 닫힌 문을 필사적으로 두드려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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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님께 뮤트님에 대한 저의 애정에

대해 말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뮤트님이 무슨 이유로 미국방문을 포기하시는지

M님이 혹시 무슨 정보나 가지고 계신가해서

어쩔 수 없이 상의한 것이랍니다.

문제가 생기면 M님에게 상의하는 것은 제 오래된 습관입니다.

외국생활을 하면서 M님은 저의 멘토였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늘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전 그냥 뮤트님의 변해버린 모습이

너무 슬프서

너무 힘들어서

너무 괴로워서....

그랬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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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고 말하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수신거부하지 마세요..

M님의 일은 유감스럽지만 ,

저와 뮤트님과의 대화통로가 막혔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왜 제 말은 들으려조차 안하고 수신거부부터 하려 하세요....

어쨌든...빨리 만나 다시 이야기해요...

이야기 하다보면 전후 상황을 이해할겁니다.

수신거부를 우선 해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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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님..

그런 식으로 피해다니지 마세요.

제가 없는 시간만 골라서 들어오시고

제가 있으면 그렇게 나가시면

저도 그렇고 본인도 과히 기분 좋은 행동은 아니잖아요.

저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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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트님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낮과 밤에 무슨 소일거리로 시간을 보내시는지요...

뮤트님.

전에 제 메일 다섯 통에 한번 꼴로는

답장하신다고 약속하신 적 있죠.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카페에다 한줄 씩만 올려주세요.

제발 저 너무 힘들게 하지 마세요. .

기다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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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뭍같이 꼼짝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연락이 끊긴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 긴 밤의 침묵..

이 긴 기다림..

이 긴 외로움

 

우리에게 겨울이 다가와

땅은 얼어버리고

마음도 얼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곧 봄이 오리라 믿습니다.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꿈의 씨앗이

얼지 않고 살아남아

다시 싹트기를 바랍니다.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어보니 이 편지는

뮤트님이 수신거부하신 후

제가 쓰는 여든 여덟 번째 편지네요..

백번이 되면 봄이 오리라 생각하고

언 땅을 녹이듯 그렇게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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