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되면서 더 바빠졌다.
부뚜막앞에 부지깽이도 뛴다는 계절이 된 것이다.
농촌에는 낮에 마을에 사람이 없다.
모두들 들로 일을 하러 나갔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떤이가 동네에 뭘 물어 보러 왔는데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마지막집인 우리집까지 왔는데 나는 이사온지가 2년이 안 되었으니
동네 예전 사람을 알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밭을 갈아 씨나 모종을 심는 계절이라 트랙터와 관리기는 쉴 새가 없다.
남편이 기계로 일을 하는 동안 나는 근처에서 다래순이나 뽕잎 같은 나무순을 따다가
삶아 널어 말리는 중이다.
내 일기에 대부분 그달 첫날의 날씨를 적어 놓는데 농사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5월 1일은 어찌나 더운지 일을 하며 땀을 범벅으로 흘리기는 처음이다.
노동절이라 쉬는 날이라고 산목련님이 일부러 오셔서 일을 도와 주셨다.
혼자 하다가 둘이 하니 얼마나 수월한지
내친김에 산에서 머위를 파다가 심는 일까지 함께 해 주셨다.
마음이 바빴다.
왜냐하면 1일부터 사흘동안 명경당 경미씨댁에서 전통술담기 강의가 있는데
배우러 오시는 이들이 나도 아는 이들이라 저녁이라도 함께 하기로 했으니
일손을 빨리 놀려 얼른 해놓고 한자리 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미씨가 담근 전통주가 맛있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꽤 생겼다.
그래서 작년부터 날짜를 잡았는데 밑술과 본술을 하는 시간이 3일을 잡아야 하기에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휴가 있는 날이라야
가능해서 이번으로 잡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나는 일을 하며
들락거리기로 했다.
밤이 다 되어 도착하니 벌써 가마솥에 찹쌀을 앉혀 밑술을 만드는 중이다.
여러말을 해야 하므로 양이 꽤 되어서 가마솥을 이용했다.
본래 술을 배우기로 한 사람은 서울의 흰민들레님과 홍대언니
포항의 정토님 장성의 가을바람님 그리고 부산의 햇사레님 이렇게 다섯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서울 부산 전남 경북이고 경미씨도 주말에나 명경당에 오니
얼마나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지.....
그래서 찹쌀도 준비해 놓고 항아리도 미리 경미씨가 준비해 놓았는데
기왕 모이는 길이니 맛있는 것도 해 먹고 하게
가까이 있는 지인들도 시간이 되는데로 같이 모이자는 경미씨의 제안이 있었다.
모이는 일이라면 그저 좋은 나
첫번째로 꼽사리를 낀 이는 군포에 산목련님이 되시겠다.
두번째 꼽사리의 주인공은 역시 일을 도와주러 오신
부산에 서노기님과 뜰에봄님 내외분인데
서노기님은 장기간 일을 도와 주시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셨다.
뜰에봄님 내외분은 부부가 같이 여행을 오시기는 처음이라는데
남편분께서 뜰에봄님 보다 더 좋아하시며
어딜 가면 하루를 못 넘기고 집에 가자고 졸르시는 분이
사흘을 있어도 가자 소리를 안하신다고 놀라워하셨다.
그러시면서 아내인 뜰에봄님이 이렇게 인맥이 넓은줄 처음 알았다고
놀라워해서 같이 있는 우리들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가까이 계신 옙분님과 단양에 별이네님 내외분이 오시고
생각지도 않은 백암님이 정동진에 일을 보러 오셨다 들리셨다.
서울에서 내 친구 선희와 은옥이 버스를 타고 오고
저녁 때에는 창녕에서 은재씨네 가족이 우리일을 도와 주겠다고 합세했다.
졸지에 대식구가 되었으니 삼시세끼 밥을 해 먹는일이 보통이 아니었다.
세어 보지 않아도 20명이 넘는 인원이다.
쌀이며 반찬이 보통을 넘어서 즉석에서 2만원씩 회비를 걷었다.
그래도 첫날저녁 토종돼지 삼겹살구이도 먹었다.
사람이 많아도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이라
일거리만 내 놓으면 뚝딱하고 해 치운다.
명경당이 생기고 두번째로 많은 손님을 치루는 중이라한다.
졸지에 방송에 나왔던 삼시세끼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예고 없는 손님에 솥이 모자라니 모든음식은 밖에서 솥에 불을 때서 할 수 밖에 없다.
솥단지를 사 놓고 오랫만에 잘 써 먹는 중이라고 운학님은 신나셨다.
밥은 남자들이 가마솥에 해서 누룽지를 잘 눌린다음 매끼 누른밥과 함께 대령해 주었다.
경미씨가 미리 담아 놓은 술은 단연인기이다.
곡주라서 몸에 오히려 좋은 것이니 마음놓고 마시기로. . . . .
<경미씨 한주전자 더 퍼 가도 되지?>
어느밤에 남자들은 뒷쪽냇가로 가서 가재도 잡아왔다.
알 가진 암컷들은 놓아주고 수컷만 잡아서 마늘잎을 넣고
가재매운탕을 끓이는데 마늘잎은 뒷집에서 서리를 해 왔다고~
오랫만에 먹어 보는 가재탕이다.
어릴적에는 가재가 많아서 이맘때쯤 고무신에 불을 당겨 등불을삼아
밤이면 가재를 잡아 마늘잎을 잔뜩 넣고 꽤나 끓여 먹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밤이 늦도록 이야기 장단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황토방에 거실에 방 두개에 모두 사람들이 넘쳐 나는 밤이었다.
토요일 아침은 볕이 좋아 간밤에 베고 잔 베개를 내 널었다.
경미씨는 참 손이 맵고 야무진 사람이다.
살림 어디하나 흩으러짐이 없다.
베개도 모두 메밀베개에 천연염색 천으로 맞추었는데
베개가 30여개나 되어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베개를 베고 잘 수 있었다.
사람 많은 날에 메인요리가 있기전에 주점부리로 가장 좋은 것은
메밀가루를 이용한 부침개인데 여럿이 모였을 때 아주 유용하다.
메밀가루 한포에 8000원 정도 하는데 많게는 50명까지도 가능하다.
전날 이 부침개를 해 먹으려고 산에 가서 엄나무순이며 미나리 꽃나물 등을 해 가지고 왔는데
유용히 잘 써 먹을 수 있었다.
메밀가루를 미리 물에 개어 눅직하게 반죽해 두었다가 나물을 넣고
반죽을 붓듯이 부치면 얇게 잘된다.
그렇게 해 놓고 오는사람 가는 사람 한소댕이씩 젓가락으로 찢어 먹으면 딱이다.
남자들은 운학님을 도와 마당과 텃밭에 일을 도와 드리고
여자들은 가까이 계시는 나눔의기쁨님네 밭에 가서 고구마 심는 일을 도왔다.
도시사람들 입장에서는 도운일이고 시골사람들 입장에서는
견학겸 체험을 하게 한 일이니 서로가 좋은 일이다.
그 오후에 비가 오락가락 하는데 쑥을 보더니 모두들 쑥 인절미가 먹고 싶다고 하여
찹쌀을 담그어 놓고 쑥도 뜯어 오고 하여 마당에서 쑥떡잔치 한마당이 열렸다.
작은 솥에 시루는 크고 시루본이 안 붙어서 야단이 났다.
어째서 시루본이 안 붙느냐고 논쟁이 벌어지다가 결국은 남자들의 논리가 이겨서
신문지를 물에 적셔서 겨우 김은 세지 않았는데 찹쌀이 떡이 되려는지 모르겠다.
찹쌀은 다 쪄 졌는데 간을 안해서 맨탕이다.
갑자기 떡 간을 어찌할 것인가 서로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에 쳐 보고 방앗간에 물어 보고 .......
사람이 많으니 자주 배가 산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찹쌀이 잘 익었는데 아뿔싸 가장 중요한 고물이 없네
가까이 사시는 옙분님이 호출을 당해서 방앗간에서 콩고물은 왔는데
이번에는 암반을 가져와야 하는 나눔의기쁨님이 일을 하시느라 안오시네~
쑥을 삶아서 넣기는 했는데 이걸 썰어 넣느냐 그냥 넣느냐
참 일도 많고 탈도 많다.
있는 사람 모두 다 떡메를 한번씩 쳐 보았으니 떡은 당연히 떡이 되고도 남을일이다.
시끌벅적 왁자지껄 조용한 마을이 완전 잔치분위기이다.
사람 좋고 사람 모이는 것 좋아하는 집주인 운학님은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마당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부침개며 금방 한 쑥떡 그리고 집에서 담근 술을 한잔씩 대접한다.
그 저녁에 토종닭을 세마리 사 가지고 닭볶음탕을 했는데
전체 음식의 진행을 맡은 나와 경미씨는 고민이었다.
가뜩이나 사람이 많아 우리식구만도 가득 찼는데
어두워져도 동네분들이 가실 생각을 안하고 앉아 계셨다.
그렇다고 그 상까지 차리려니 상에서부터 숫가락 젓가락까지 모두 다 모자라는 것 투성이
그래서 표 안나게 동네분들이 가실 때까지 기다리기로 ......
다행히 먹기 직전에 모두 가시는 바람에 무사히 저녁을 먹을 인원은 26명
대단한 식구들이다.
그렇게 사람이 많아도 매끼니 새로운 메뉴에 새로운 음식이다.
햇사레님은 죽순을 많이 가져와서 죽순볶음 죽순불고기 죽순무침을 해 주셨고
산나물도 종류데로 먹을 수 있었다.
이웃에 두부하는데다 두부도 한말을 맞추어 매끼 지져먹고 볶아먹고
졸여먹고 그냥도 먹었다.
그리고 경미씨가 미리 담그어 놓은 열무김치가 아주 인기였는데
모두들 열무김치 담는 방법도 새로이 배웠다.
경미씨는 열무김치를 담을적에 다시마등 육수를 뺀 다음에
그 육수에 고구마전분, 날콩가루,그리고 밀가루를 섞어
풀을 쑤어 넣고 까나리액젖도 좀 넣는다고 한다.
아침은 간단하게 감자나 고구마를 쪄 먹었다.
우리 감자가 씨하고 남은 것이 있어 이제 못 먹을텐데 하고 걱정했더니
식구가 많으니 금방 다 동이났다.
아침메뉴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 또 있었는데 바로 이 토마토와 달걀을 이용한 요리이다.
본적이 어디인지 모르나 매끼 인기가 있었다.
또한 술 마신뒤에 딱 좋은 국이 있었는데 바로 다슬기 부추국이다.
다슬기를 빼내서 따로 놓아주고 그 국물에 된장을 풀어 부추를 넣은 것인데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한끼도 무엇을 먹을까 걱정없이 사흘째가 되는 날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백암님은 뒷산에 올라 가더니 드릅을 한아름 따 오셨다.
졸지에 드릅튀김이 아침메뉴에 선정되었다.
주일날 아침까지 2박3일을 같이 보낸 사람들
그래도 몇명이 빠져서 보이지 않는다.
마치 가족사진 같아 보인다.
누가 이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것일지~
그 아침에 집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돌아가고 1차 헤어짐의 시간을 가졌다.
친구 은옥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우리교회를 같이 와서
예배를 드리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모두들 오랫만에 댕그렁 거리는 예배당 종소리를 듣는 것이
감동이라고 하고 사람이 많아 우리목사님은 조금 긴장하며
설교말씀을 전했다.
아이들은 사람이 많으니 그저 좋아했다.
주일 오후에는 가을바람님 내외분과 상주에 단지님내외분 그리고 경주의 흑진주님과 강토님이
다시금 합세해 집으로 간 사람들을 대신하여 자리를 채워 다시 그 인원이 되었다.
가을바람님이 집에서 키운 커다란 토종닭을 두마리 가져와서
남자들이 우물가에서 잡았다.
그리고 가마솥에 녹두와 찹쌀을 넣고 고아서 저녁으로 먹었으니
제대로 된 삼시세끼를 해결하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남자들은 바깥에서 후레쉬를 비춰가며
꽃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미스김 라일락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라일락은
미군들이 우리의 토종라일락을 가져가서 다시 조그맣고 탐스럽게
개량을 해서 역수출을 한다는데 곱게 꽃을 피워 향기가 대단하다.
이 꽃은 매발톱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꽃을 단 모양이 흡사 매의 발톱 같이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마치 달빛이 비춘 것 같은 이 꽃은 돌단풍
명경당에는 온갖꽃이 만발을 하여 우리와 같이 며칠을 보내고 있었다.
경미씨는 밤이 늦도록 전통술의 이론까지 꼼꼼히 챙겨 가르쳐 주었고~
술은 항아리에서 약 3주동안 잘 익힌 다음에 또 맛볼날이 있을 것이다.
내가 삼시세끼라는 일기의 제목을 정한데는
이 고양이의 공이 크다.
tvn에 삼시세끼라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있는데
남편과 내가 아주 즐겨 보던 프로였다.
이 프로그램은 시골에 집을 하나 정해놓고 주인이 두명에
매주 게스트가 누가 올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게스트가 오면 옛날처럼 불때서 밥과 반찬을 모두 해야하고
텃밭등에서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
그 프로그램에는 개와 고양이가 나오는데 우리의 상황이
그와 비슷했다
그동안 명경당에 백도라는 개 한마리가 있었는데
주중에는 혼자 집을 지킨다.
물론 윗집에서 밥을 주거나 개에 대한 상황은 살펴 주신다.
그래서 그 개가 적적할까 싶어
우리가 가던 전날 나눔의 기쁨님 댁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얻어 왔는데 졸지에 엄마를 떨어졌으니 고양이에게는
최대의 난관이다.
그런데 진돗개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백도에게
고양이를 가져다 주니 고양이 녀석 몸의 온갖 털을 다 세우고
백도에게 덤벼드니 백도가 어이가 없어서 피하더라고......
할 수 없이 당분간 집안에서 돌보기로 했는데 밤새도록 엄마 찾느라 울어서
경미씨내외가 잠을 설쳤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가져간 밍크담요를 보더니
그게 엄마털과 비슷한지 그 담요만 덮어주면 조용했다.
밤에도 그 담요를 덮어서 내가 데리고 잤더니 조용히 잘 자서
나는 졸지에 고양이 엄마가 되었다.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나에게 기어 올라와서
애나 잘 보라고 일하는 것에서 열외되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이 고양이의 이름은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뭐라 지을지 아직도 고민중~
적지 않은 손님을 마다않고
웃는 낯으로 며칠씩이나 손들을 대접해 준 경미씨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삼시세끼를 해결 하고 사는 일
늘 감사해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다.
함께 한 모든이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5월 첫주
즐거운 연휴를 지인들과 꼽사리껴서 잘 보내고 돌아와 일상에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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